밴프국립공원 터널 마운틴 캠핑장 후기 | 캐나다 로키 트레킹 가족 여행

수년 전 가족 여행으로 다녀온 캐나다 로키에서의 캠핑과 트레킹들… 몇년이 지났지만 당시 여행을 꼼꼼히 기획했었고 경로 메모와 GPS 데이타들을 남겨 두었기에 머리속의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밴프국립공원 터널 마운틴 캠핑장 후기와 설퍼산 곤돌라 이용기를 담았다.

캘거리에서 밴프국립공원으로

캘거리에서 밴프국립공원까지는 약 160여 킬로미터로 서울-대전 정도의 거리다. 밴프국립공원에 간다는 기대감으로 처제네 식구와 2가족이 혼다 오딧세이 8인승차로 여행 준비를 세팅을 했다. 차량 뒤에는 히치 카고 캐리어인 카고락을 장착해서 캠핑짐 등을 수납을 했다. 처제네 식구 5명, 우리 식구 4명이다 보니 절대적으로 수납이 부족한 상황인데 캐나다에서는 이런 카고락을 많이 쓴다고 한다. 다녀보니 물론 텐트 캠핑보다는 카라반 캠핑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고…

혼다 오딧세이 8인승
8인승 혼다 오딧세이. 히치 카고 캐리어를 장착한 모습.

2시간이 넘도록 차량 이동이 필요하고 어린 아이들이 5명씩이나 타고 있으니 마트에 들러 여러가지 주전부리 거리들을 잔뜩 사서 출발했다.

캘거리, 밴프 이동 지도
캘거리에서 밴프국립공원 터널마운틴 캠핑장까지의 이동 경로와 캐나다 로키 주요 spots
캘거리에서 밴프 가는 길
캘거리에서 밴프 가는 길

탁 트인 평원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한참동안 달리다 보니 어느 덧 장엄한 로키산들이 앞에 떡 하니 나타나는 것이 마치 평야속에 우뚝 선 영암의 월출산이 떠오른다. 밴프에 도착해서 우리가 맨 처음 간 곳은 미네완카(Minnewanka) 호수였다. 선착장 데크에 앉아 바라본 바다같은 호수와 맞은편의 잉글리스 몰디산(Mt. Inglismaldie)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압도적인 풍광을 선물해주었다. 캘거리 주택가에 며칠동안 있다가 로키의 첫인상으로 만점에 가까운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만 했을 뿐이었다.

미네완카 호수
미네완카 호수에서

웬종일 걸어도 모자랄 호수 주변을 둘러보며 걷고 웃고 감탄을 했다. 호숫가를 거닐던 중 국립공원 직원이 곰 가죽을 테이블에 펼쳐 놓고 있기에 무엇인가 다가가 보았다. 아이들에게 곰의 머리뼈를 보여주며 그리즐리 곰이 사람의 사냥 의도가 아닌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라며 뼈와 가죽을 만져보라고 했다. 이러한 경우에 한해 박제나 가죽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미네완카 호수 그리즐리 곰
그리즐리 곰 가죽과 skull

터널 마운틴 캠핑장

터널 마운틴 캠핑장으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우리나라 캠핑장과는 규모부터 달랐다. 텐트 사이트 외곽 둘레만 3km는 족히 될 법했다. 사이트 간격이 울창한 침엽수림을 사이에 두고 수십미터다. 하하. 선하나로 사이트를 구분 짓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설 캠핑장을 생각해보고는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밴프국립공원 내에 있어서 접근성 좋고 자연 환경이 너무 좋아 인기가 아주 높다. 캠핑장은 다음과 같이 3개로 구분이 된다(2025년 기준). 우리는 터널 마운틴 빌리지 1 사이트에 두 사이트를 빌려 텐트 피칭을 했다.

터널 마운틴 캠핑장
터널 마운틴 빌리지 I – 텐트 피칭 사이트

터널 마운틴 빌리지 I (Tunnel Mountain Village I)

운영 기간 : 5월 중순 ~ 10월 초
사이트 수 : 618개
시설 : 전기(x), 화장실, 샤워실, 음식 보관함, 대부분 사이트에 화덕 구비
특징 : 조용하고 자연 친화적, 텐트 캠핑에 적합

터널 마운틴 빌리지 II (Tunnel Mountain Village II)

운영 기간 : 연중무휴
사이트 수 : 209개 + oTENTik 21개(5월~10월)
* oTENTik : 반 텐트, 반 오두막 형태의 숙박 시설. 우리나라의 글램핑 스타일의 숙박으로 보면 된다.
시설 : 전기(o), 화장실, 샤워실, 주방 쉘터, 일부 사이트 화덕
특징 : 캠핑카, RV캠핑 적합

터널 마운틴 트레일러 코트 (Tunnel Mountain Trailer Court)

운영 기간 : 연중무휴
사이트 수 : 321개
시설 : 전기(o), 수도, 하수 연결 가능. 화장실, 샤워실.
특징 : 대형 트레일러, RV용 캠핑장. 캠프파이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밴프국립공원 캠핑장 예약

Parks Canada 공식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다.
https://reservation.pc.gc.ca/

Tunnel mountain campground operational dates
2025년 터널 마운틴 캠핑장 사이트별 운영 기간

캠핑장(빌리지 1) 둘러 보기

터널 마운틴 캠핑장
터널 마운틴 캠핑장(Village 1). 뒤로 Rundle 산봉우리가 보인다.

나중에 알아보니 Rundle 산행은 왕복 15.1km 정도고 산행 루트는 다음과 같았다. 15km라면 하루는 잡아야 할 일정이다.

런들1봉 하이킹 코스
런들1봉(2949m) 하이킹 코스
터널 마운틴 캠핑장 음식 보관소
캠핑장의 food storage

캐나다 캠핑장에는 이런 food storage가 있다. 먹고 남은 음식이나 먹을 것을 테이블 위에 두거나 텐트에 두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자리를 비우지 않더라도 장시간 음식을 테이블에 두고 있으면 관리자가 와서 음식을 음식 창고에 보관하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유인 즉 야생동물이 음식 냄새를 맡고 꼬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캐나다에는 무서운 그리즐리 곰이 출몰할 수도 있다. 물론 캠핑장에 곰이 출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며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터널 마운틴 캠핑장

한 사이트에 처제네와 우리 가족용으로 2개의 텐트를 설영했다. 우리 텐트는 블랙다이아몬드의 밤쉘터다. 지금은 팔아서 없지만 우리 가족의 오랜 캠핑 역사를 장식한 녀석이다. 4인용 돔텐트로 한쪽에는 베스티블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고 전실 공간도 꽤 크서 미니멀 캠핑이나 백패킹용으로 아주 좋다. 이놈을 가지고 꼬맹이들을 데리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는데 캐나다 로키의 캠핑장에 이렇게 펼쳐 놓으니 무언가 감격스런 느낌마저 들었다.

밴프국립공원의 설퍼산

우리는 텐트 피칭을 한 후 설퍼산 곤돌라를 타러 갔다.

설퍼산 곤돌라 주차장
설퍼산 곤돌라 주차장

늦은 오후(오후 5시 30분경이었고 해가 길어서 오후 9시 되어서야 해가 짐)였음에도 주차장에는 차들로 빼곡했다.
곤돌라를 타면 10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역(해발 2281m)에서 밴프 시가지와 주위 산들을 둘러볼 수 있다. 정상역에는 레스토랑, 선물 가게 등이 있고 1.5km 정도 걸어서 샌슨봉(Sanson peak)까지 가볍게 걸어갈 수 있고 샌슨봉에서 탁 트인 밴프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조금 올라서면 바로 앞에 만경대, 1275봉~나한봉~마등령을 잇는 공룡능선과 저항령, 황철봉의 백두대간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뒤로는 다시 울산바위와 동해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런 느낌? 하지만 여긴 설악의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로키다.

설퍼산 하이킹 루트
설퍼산 하이킹 루트

걸어서 올라가면 위 지도와 같이 지그재그길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정상까지 왕복 약 10.9km의 하이킹 코스다. 우측에 보이는 산은 좀 전에 터널 마운틴 캠핑장에서 보았던 Rundle 1 봉이다. 곤돌라를 타고 설퍼산에 오르면서 감상할 수 있다.

설퍼산 곤돌라에서 바라 본 런들산
설퍼산 곤돌라에서 바라 본 런들산.
설퍼산 곤돌라 조망
곤돌라에서 본 밴프 시가지쪽. 가운데 솟은 봉우리가 터널마운틴이다. 자그맣게 보이지만 해발고도가 1692m나 된다. 주변으로 터널마운틴 트레일이 있으며 봉우리 뒤에 우리의 야영장 터널마운틴 캠핑장이 있다. 그 뒤로 멀리 미네완카 호수도 보인다.
샌슨봉 가는 길
샌슨봉으로 가는 길에서 뒤돌아 본 전경. 좌측 아래가 주차장이고 왼쪽에 보이는 산이 런들산이다.

곤돌라에서 내려 샌슨봉까지 걸었다. 능선의 길은 데크와 잘 다져진 길들로 아주 가볍게 다녀올만한 수준이며 주변의 풍광이 매우 아름다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선댄스봉
반대편으로는 선댄스봉(Sundance peak)이다.

드디어 샌슨봉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돌탑같이 돌무더기들이 있고 그 위에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설퍼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1903년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기상 관측소로 운영이 되었다고 한다. 밴프국립공원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노르만 샌슨(Norman Sanson)과 정부의 기상 관측자들이 기상 데이타를 수집하기 위해 1000번 이상이나 이 산을 올랐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설명 표지판이 정상에 있다.

샌슨봉 조망
샌슨봉에 도착하여 전망대에서 본 밴프 시가지.

탁 트인 파노라마가 가슴을 뻥 뚫어준다. 한동안 무념 무상으로 그저 바라보았다.

터널 마운틴
다시 밴프 시가지를 지나 우회전하여 터널마운틴 도로로 들어서면 캠핑장을 우측에 끼고 주행을 하게 된다. 터널마운틴로는 위 사진과 같다. 위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도로 지점에서 남쪽 방향을 찍은 것이고 사진 속 전경의 봉우리는 지도의 우측 최하단에 솟은 봉우리이다. 이 때 시각이 오후 8시 46분인데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다시 캠핑장으로

캠핑장으로 돌아와 삼겹살로 피곤함을 달랬다. 밴프와 재스퍼의 캠핑장에서는 장작이 무료였다. 다만 굵직한 통나무를 도끼로 직접 패서 쪼개야 한다는 것인데 도끼질도 이런데서나 해보지 언제 해보겠는가.

터널 마운틴 캠핑장

터널 마운틴 캠핑장

밤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인데도 여전히 밝았고 밤 10시 가까이 되서야 어둑어둑해졌다.

터널 마운틴 캠핑장

밴프에서의, 아니 캐나다에서의 첫 캠핑 밤이 장작불과 함께 무르 익는 가운데 꿈같은 하루를 곱씹어 보며 내일을 또 기대했다.

(계속)

*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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