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3대 미봉을 포함하는 스위스 캠핑 여행 꿀팁

알프스 캠핑 여행을 가족과 함께 다니곤 했다. 그 중 알프스 3대 미봉이라 불리는 마테호른, 융프라우, 몽블랑을 포함하는 스위스 캠핑 여행 경로와 준비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여러모로 좋은 팁이 될 것이다.

내가 “내년 스위스 캠핑으로 가자” 라고 아내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가 시발점이었다. 큰 아이가 5학년이 되면(2020년) 가족 유럽 여행을 하자고 누누이 얘기하곤 하던 차 이런 얘기를 하면서 슬슬 곧 다가올 시점을 상상하며 얘기를 꺼낸 것이다. 이태리 로마를 포함한 북부와 스위스 여행 계획을 벌써부터 거론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얘기를 회사 주변인들에게 했더니 그런 것은 당장 실행해야 한다는 말에 내년이 아닌 올해(2019) 가는 것으로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맞다. 지금 이 순간, 당장이 중요하다.

다만 큰 애가 역사를 좋아하긴 해도 아직 로마사에 익숙치 않은 터라 유적지 등이 많은 이태리 로마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자연 친화적인 알프스 스위스를 집중해서 여행하기로 했다. 알프스 3대 미봉이라 불리우는 융프라우, 마테호른, 몽블랑을 중심으로 몇 군데의 하이킹까지 곁들인 여행을 계획했다.

이래 봬도 우리 가족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 우리나라 최고봉들은 이미 섭렵한 터였다. 참고로 큰 애가 8살, 작은 애가 6살 때 설악산 대청봉을 큰 무리 없이 다녀온 적이 있고 작년(2018) 10월에도 다녀왔다. 막상 알프스에 갔다 와 보니 가족여행을 염두해 둔 2000m~3000m 급의 알프스 하이킹은 난이도로 따지자면 우리나라의 산행 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산행 경험이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회사 여름휴가가 늘상 고정적으로 7월말 8월초로 극성수기에 주어지기 때문에 이번에는 큰 맘 먹고 추석 연휴 전 연차휴가를 붙여서 계획을 세웠다. 명절에 귀향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님께 양해를 구했더니 정말로 쿨하게 갈 수 있을 때 다녀 오라면서 흔쾌히 지지해 주셨다. 이렇게 스위스 캠핑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스위스(feat. 샤모니) 여행 루트 짜기

여행은 계획부터 즐거운 법이기 때문에 계획하는 것까지 여행의 일부로 삼곤 한다. 보통 스위스 여행은 기차 여행이 워낙 발달되어 있어 기차 타고 이동을 많이 하곤 하는데 캠핑 여행을 한다면 렌트카 이용을 감안해 루트를 짜면 된다.

알프스 3대 미봉을 중심으로 베이스캠프를 선정하고 여행 일정을 짰다. 다음과 같다. 수많은 일정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일정을 결정해도 정작 여행지에 가면 또 날씨 등의 돌발 변수로 일정이 조정되기도 한다. 다음은 우리 가족의 여행 일정이다.

  • 1일차 : 밤비행기로 인천 출발
  • 2일차 : 경유지(두바이) 거쳐 취리히 낮 도착 / 공항에서 렌트카 픽업 / 루체른 이동, Camping International Lido Luzern 체크인
  • 3일차 : 체크 아웃하고 루체른, 빈사의 사자상, 카펠교 등 관광 / Grimselpass 지나 태쉬(Täsch) 이동, Camping Attermezen 체크인
  • 4일차 : 체르마트(Zermatt), 트로케너 슈테그(Trockener Steg) – 마테호른 감상
  • 5일차 : 비가 와서 1박 연장을 하고 마테호른 감상이 어려워 라우터브루넨으로 이동 / Goppenstein – Kandersteg까지 차량을 열차에 싣고 이동 / 트뤼멜바흐(Trummelbach) 폭포
  • 6일차 : 체르마트 황금호른 /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산악 열차 – 마테호른 감상 / 고르너그라트 – 로텐보덴(Rotenboden) 하이킹, 리펠제(Riffelsee) 호수 보고 로텐보덴에서 열차타고 체르마트 이동 / 수네가(Sunnegga) 푸니쿨라 / 그린델발트(Grindelwald) 이동, Camping Holdrio 체크인
  • 7일차 : 피르스트(First) 클리프 워크 / 피르스트-바흐알프제(Bachalpsee) 왕복 하이킹
  • 8일차 : 그린델발트 그룬트 역에서 융프라요흐행 산악열차 탑승 / 융프라우 Snow Fun Park 눈썰매 / 알레취빙하 하이킹
  • 9일차 : 라우터브루넨 이동 / 라우터브루넨-그리취알프 케이블카 / 그리취알프-뮤렌 열차 / 뮤렌 통나무 / 쉴트호른에서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3봉 감상 / 비르그(Birg) 클리프 워크, 외줄타기, 절벽터널 / 프랑스 샤모니(Chamonix) 이동, Camping les Domes de Miage 체크인
  • 10일차 : 샤모니 에귀디미디(Aiguille du Midi) / 샤모니 관광
  • 11일차 : 브레방(Brévent) 전망대 / 브레방(2525m) ~ 플랑프라(1990m)까지 하이킹 / 몽땅베르 산악 열차, Mer de Glace, Ice cave / 다시 스위스 몽트뢰(Montreux) 이동, 프레디 머큐리 동상 / 곤텐(Gonten) 이동, Camping Jakobsbad Gonten 체크인
  • 12일차 : 에베날프(Ebenalp) 곤돌라, 애셔 산장까지 트레킹 / 취리히 공항 이동, 취리히 출발
  • 13일차 : 두바이 경유, 인천 도착

스위스 여행 지도
스위스 여행 루트(파란색 이동 경로). 도착한 날부터 4일간 곳곳의 비와 구름으로 일정은 뒤섞이게 되었다.

항공권 구입 및 렌트카 예약

일정을 짰으면 항공권 구입을 하고 렌트카를 예약하면 된다. 캠핑은 캠핑카(보통 캠핑카를 모터홈이라고 부른다)로 할 것인지 일반 차량으로 대여해서 텐트 캠핑을 할 것인지 고민을 했는데 장단점을 생각해 보고 결정한다. 우리는 텐트 캠핑으로 결정해서 일반 차량 대여를 하기로 했다. 유럽 캠핑카는 www.motorhomerepublic.com 이라는 사이트에서 대여할 수 있다.
rentalcars.com 에서 검색을 해보니 의외로 중대형 SUV는 그리 많지 않았다. Ford Mondeo Estate(왜건형)을 Full cover 보험 포함해서 744,605원에 빌렸다가 아내가 짐을 고려했을 때 좀 더 여유로워야 할 것 같다고 해서 Volkswagen Touran으로 바꿨다.

  • 차량대여요금(9월 5일 14:30PM~9월 15일 12:30PM) : 626,947원
  • 풀커버 보험 : 148,220원
  • 해외 렌트카 비용 절약 꿀팁

스위스 기차 이용권 – 융프라우 VIP패스, 스위스 하프 페어 카드, 몽블랑 멀티패스

많은 이들이 스위스 여행을 하면서 필수로 구매하는 스위스 패스를 구매해야 할지 꽤 많은 조사가 필요했다. 각종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푸니쿨라를 이용해야 하는데 차량을 이용하다 보니 값비싼 스위스 패스를 다 활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위스 하프 페어 카드 : 우리는 여행 일정에 따라 융프라우 VIP패스 3일권과 각종 열차, 케이블카가 반 값 할인이 되는 스위스 하프 패스를 구매하기로 했다가 비용을 따지고 보니 융프라우VIP패스 3일권은 사지 않는 게 더 저렴하게 계산이 되었다. 또 융프라우VIP패스 3일권은 연속권인 경우 개시 후 3일을 연이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계획 변경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융프라우 VIP패스는 사지 않고 스위스 하프 페어 카드만 사서 패밀리카드를 신청해 사용하기로 했다. 스위스 하프 페어 카드의 패밀리 카드는 4인 가족 기준 어린이들은 대부분 무료 이용이기 때문에 가족여행에선 아주 좋은 선택지다. 간단히 정리하면 성인 2명은 반값에 이용할 수 있고 아이들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샤모니 몽블랑은 멀티 패스 2일 가족권을 구매하는 게 가장 저렴했다.

캠핑장은 대부분 예약제가 아니고 그냥 가면 된다

가족 여행이니만큼 현지에서 숙소 때문에 낭패를 보지 않도록 캠핑장도 미리 예약을 하려고 각 캠핑장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에 대한 이메일 문의를 했더니 모두 9월에 예약을 할 필요는 없고 그냥 오면 된다고 답변을 주었다.

준비물

큰 트렁크 2개에 가족 캠핑을 위한 캠핑 장비들을 담아 갔다. 여러해 동안 이런식으로 캠핑 장비를 담아서 유럽의 알프스 가족 캠핑을 즐겼는데, 지금은 백패킹 모드로 배낭에 패킹해서 다니고 있다. 더 젊었을 때 확실히 지금은 손사래를 칠만한 일도 하는 것 같다.

캐리어1 수납 : 스노우피크 랜드브리즈6 텐트, 그라운드 시트, 네이처하이크 침낭x2개(부피가 너무 커서 수납의 묘를 찾느라 엄청 애먹었다), 피크닉 매트
유럽캠핑장비
캐리어2 수납 : 헬리녹스 의자x4개, 스노우라인 테이블x1개, 힐레베르그 타프 & 메인 타프폴x1개(사이드폴과 뒷쪽 폴은 생략하고 타프 끈으로 패킹하기로 함), 메인폴 스트링x2, 엑스패드 에어매트 1인용x2개, 2인용x1개, 준우 다운 침낭x2개, 크레모아 랜턴x2개(대,소), 페츨 헤드랜턴x1개, 스노우라인 버너, 유럽용캠핑어댑터(명지전기), 전기릴선(20m)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프를 안가져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올 경우 텐트 입구에서의 구질구질함을 피하기 위해 가져가기로 했다. 타프 자체는 큰 짐이 안되는데 메인폴대 2개, 사이드 4개해서 총 6개의 폴대는 큰 짐이 되었다. 그래서 사이드폴대 크기의 폴대 1개만 가져가서 아래 그림과 같이 메인으로 잡고 나머지는 다 끈으로 팩을 하기로 했다. (힐레베르그 20XP 타프는 자체에 끈이 달려 있음.)
메인 폴대 1개에 아래 그림과 같이 반대편은 텐트에 깊이 걸쳐주고 스트링으로 팩해서 세우면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버텨줄거로 기대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타프를 가져간 것은 신의 한수였다. 도착 첫날밤부터 3일 동안 저녁~밤마다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알프스 지역 캠핑에서는 타프는 필수다. 수년간 알프스 캠핑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산악 지대인지라 1주일 이상 머문다면 반드시 비는 한차례 이상 내린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힐레베르그 20XP 타프
스위스에 도착한 첫 날 내린 비. 타프를 가져간 것이 신의 한수.

유럽 – 스위스 캠핑 팁

  • 캠핑시 여행 기간내 비소식이 있다면 타프는 매우 유용하다.
  • 캠핑장 전기 사용을 위해는 유럽용 캠핑어댑터가 필요하다. 명지전기(모델 번호 9433100)에서 판매하는 어댑터를 구매하면 된다. 다른 형식의 어댑터가 필요한 캠핑장의 경우는 어댑터를 빌려 주기도 한다.
  • 9월 초중순 이후 캠핑시 미니온풍기가 유용하다. 비가 오거나 새벽에 추워질 경우가 있는데 미니온풍기 하나로 텐트내 기온이 금세 훈훈해져 쾌적하게 잘 수 있다.
  • 텐트 캠핑은 예약할 필요가 없다. 모든 캠핑장에 이메일로 사전에 예약 문의를 했는데 모두 별도 예약은 필요없다고 답변했다.
  • 쿱(스위스 슈퍼마켓)에는 우리가 캠핑할 때 쓰는 부탄가스 등을 안판다. 구하기가 좀 어려운데 물어물어 루체른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필라투스마트(Pilatusmarkt)에서 4통이나 샀는데 캠핑장에서 보니 우리가 사용하는 버너와 호환이 안되었다. 한통에 거의 만원 정도 하던데…결국 못쓰고 캠핑장에 기부하고 왔다. 동그란 가스는 콜맨 가스가 유일하게 호환이 되었다. 가스는 보통 캠핑장에서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고 안하는 경우도 있어서 판매하는 곳을 찾으면 여분을 충분히 구매해야 한다. 아니면 아래 영상에 나오는 것과 같은 버너를 현지에서 구매하면 된다.
    https://youtu.be/-aupIj1utBQ?si=cWkxXIfLRBZ0FxyG&t=301
  • 캠핑장 시설이 우리나라보다는 상당히 좋다. 개별칸으로 사용하는 샤워실에 온수 빵빵하게 나오니 호텔 부러울 것 없었다. 세탁기와 건조기도 대부분 갖추고 있다.
  • 그린델발트나 인터라켄쪽에서 체르마트로 이동하는 경우 기차에 차량을 싣고 이동하는 터널 구간(Kandersteg역 – Goppenstein역, Lotschberg 터널)이 나온다. 구글 맵으로 이동을 하는데 난데 없이 차를 기차에 실어야 한다는 안내 음성이 나와서 당황을 했는데 그냥 Toll gate에서 요금 내고 지나가면 화물 열차에 차를 몰고 탑승을 할 수 있다. 아이들도 즐거워했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물론 다른 길, 그림젤패스쪽으로 돌아서 이동하면 기차에 차를 실을 필요는 없다. 아래 영상 참조.
    https://youtube.com/shorts/4FhGSvXHyBY?si=4I8JICAcbyhmjE7V
  • 프랑스 샤모니쪽으로 이동할 경우 베른, 로잔, 제네바를 경유하는 길(중간에 Toll비 냄)로 가지말고 D1506번길(구글맵 참조)을 통해 가면 무료고 경치도 좋다.
  • 샤모니 에귀디미디 케이블카를 탑승하기 위해 차량 이동할 때 구글맵을 GPS로 쓰는 경우 구글맵에 에귀디미디 Aiguille Du Midi 만을 입력해서 가면 안된다. 아무 생각없이 에귀디미디만 입력해서 갔더니 구글맵은 에귀디미디 정상의 수직 아래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몽블랑 산아래 터널 한복판으로 안내를 하고 말았다. 이탈리아를 오가는 터널 왕복 요금만 무려 92유로를 낸 뒤 샤모니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올 수 있었다.
루체른(Luzern)

Camping Attermenzen
태쉬(Täsch) – 도착 5일째 새벽, 쏟아지는 별을 보고서야 마테호른을 보기 위해 체르마트-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를 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테호른 황금호른
체르마트(Zermatt) 황금호른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 마테호른에 토블론 인증샷

리젤제에서 보는 마테호른

그린델발트 – 아이거 북벽 아래에서 캠핑. 아이거 위로 오리온 자리가 선명하다.

Camping Hodrio

라우터브루넨 – 오른쪽에 보이는 폭포는 슈타우프바흐 폭포.

쉴트호른(Schilthorn)에서 보는 파노라 – 라우터브루넨-그뤼치알프(케이블카 이동), 그뤼치알프-뮤렌(열차이동), 뮤렌-쉴트호른(케이블카 이동) 이런 루트로 쉴트호른에 올랐다. 중간에 비르그에 하차해서 피르스트의 클리프워크와는 또 다른 클리프워크를 체험할 수 있다.
Camping les Domes de Miage (프랑스)

에귀디미디에서 보는 북동쪽 전경 – 그야말로 압도적 풍광을 자랑한다.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반대편)을 비롯한, 마치 설악산의 공룡능선과 같은 장쾌한 침봉들을 감상할 수 있다.

브레방 전망대에서 보는 몽블랑

샤모니에서 Planpraz까지 곤돌라를 탄 후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브레방Brevent까지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몽블랑의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 샤모니에는 TMB가족 트레킹을 위해 5년 뒤 다시 오게 되었다.
(참조 : https://kimsunho.com/2024-tmb-01-our-journey-begins/ )

에베날프
다시 스위스로 – 스위스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에베날프 애셔 산장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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