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만발한 섬진강 라이딩 | 4대강 자전거길 (2023)
섬진강 라이딩. 어느덧 자전거를 탄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초보와 다를 바 없는 라이딩을 자주 하고 있으며 극복할 수 없는 체력적 한계를 감안해 스스로 라이딩 초보라 생각하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래도 많은 경험이 있으니 초보중에 상급 초보로 자칭하고, 4대강 자전거길 중 아름답기로 유명한 섬진강 라이딩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거나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글이 유용하다 싶도록 후기를 작성해 본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벚꽃 개화시기가 조금 이르다고 하여 이에 맞춰 섬진강 라이딩을 다녀왔다. 6년전 동시기에 친구와 다녀온 뒤로 딱 6년만인데, 당시 섬진강길이 너무 아름다워 가을에 또 오자고 약속하고는 유야무야되고 이 후로도 몇차례나 섬진강길을 염두해 두었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흐지부지 되었었다. 올해 다시 말이 나와 꼭 다녀오리라 다짐을 했고, 6년 전 같이 갔던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올해는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렇게 몇 주전부터 조율해왔는데 이 녀석이 며칠간 간을 보더니 라이딩 이틀 전 갑자기 감기 핑계로 취소를 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월차도 냈고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 그냥 혼자서 “고”하기로 했다.
친구랑 같이 이동하는 경우에는 1박 2일로 일정을 짰었지만(6년전에도 1박 2일이었음), 혼자가 된 마당에 궁상맞음은 하루면 족하다는 마음으로 당일 라이딩 계획으로 변경을 했다. 하루 100km 이상 라이딩은 2020년 9월 운길산역에서 강천섬을 왕복하는 약 111km 의 라이딩 이 후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라이딩을 거의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당일 섬진강 라이딩은 다소 무리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래도 결정한 이상 밀어부쳐보기로 했다. 우선 이동경로는 아래와 같았고 계획했던 시간대들도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다. 아래 이동경로와 시간의 흐름표가 이 날 라이딩을 한장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건거 외 준비물(당일치기)
- 헬멧/장갑/버프 – 다 아는 얘기겠지만 안전을 위해 필수 요소다. TMI이긴 하지만… 2012년부터 자전거를 타면서 2번 넘어졌는데 2번 다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었다. 첫 번째는 공주 근처 금강라이딩시 시속 40km로 내리막에서 핸들 잭나이프(반대로 완전 꺾임)로 270를 회전해서 바닥에 떨어졌다. 당시 배낭을 매고 있어서 등쪽 충격은 약간 완화되었었지만 머리가 땅에 떨어지면서 순간적인 뇌진탕이 왔었다. 넘어지고 나서 일어났을 때 마치 영상효과와 같이, 보이는 시야가 완전히 노란색으로만 몇 초간 보였었다. 두 번째는 한강라이딩중에서였다. 양화 한강공원 지나서 여의도 진입시 좌회전해서 굴다리 밑으로, 즉 샛강쪽으로 우회할 수 있다. 샛강쪽으로 우회하자마자 굴다리 진입시 우측 급커브가 나온다. 그 날 노면이 젖어있었고 진흙이 쌓여 있었는데 그 젖은 진흙 노면에 들어서는 순간 그대로 슬립이 발생하면서 넘어졌다. 자전거랑 같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관성으로 3미터 정도 죽 넘어진 채로 배와 손바닥으로 바닥을 긁으며 갔다. 우측 턱을 땅에 그대로 박아 턱이 찢어져 피가 뚝뚝 ㅠㅠ… 이 때 손바닥으로 바닥을 주욱 긁은 것은 장갑 덕분에 그나마 손에는 상처가 하나도 안났다. 턱도 버프를 하고 있어서 그나마 덜 쓸렸다. (* 이 후 고속 내리막, 급커브, 단차가 있는 길은 반드시 서행하기를 실천하고 더 이상의 낙차 사고는 없었다)
- 긴팔 저지/자전거바지 – 흐린 날은 반팔/반바지를 입기도 하는데 해가 쨍쨍한 날은 여름에도 긴팔/긴바지를 입는 게 팔토시를 별도로 하는 것보다 더 편한 듯 하다.
- 바람막이 – 요즘은 일교차가 커서 이른 아침시에는 바람막이까지 해주면 좋다.
- 여벌의 겉옷과 트레이닝 바지/속옷, 양말 – 혹시 숙박을 하게 되는 경우 대비 여벌.
- 클릿 슈즈 – 사람 많은 한강이나 짧은 거리 라이딩시에는 클릿 슈즈를 거의 신지 않는데, 100km 이상 장거리시에는 클릿 슈즈를 착용한다. 자잘한 업힐에서 로드load 세이브가 상당하다. 초보들도 클릿 슈즈 도전해 볼 좋은 길이 바로 이 섬진강 길 아닌가 한다.
- 전후방 라이트 – 야간 라이딩을 대비해서 챙긴다. 후미등은 구례진입부터는 꼭 켜야 한다. 차도와 같이 운행하는 구간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평일임에도 벚꽃 드라이브 하는 차들이 굉장히 많았다. 벚꽃에 한 눈 파는 운전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
- 선글라스 – 맑은 날에는 필수다. 나는 안경을 쓰는지라 커브드 고글은 잘 맞지 않아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 시계/휴대폰/고프로/카메라 – 수시로 시간 체크, 이동 경로와 기록 확인, 영상 촬영, 사진 촬영 등의 목적. 참고로 친구와 살방살방 갈 때는 핫스팟에서 서로 사진도 찍어 주고 하느라 카메라를 유용하게 쓰곤 했지만 솔로 라이딩을 하니 카메라는 잘 안쓰게 된다. 가장 후회한 것은 무거운 카메라를 가져간 것이었다.
- 펑크패치, 여분튜브, 휴대용 툴 – 이런거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안가져갔다. 내 자전거가 2016년부터 타고 있는 트렉 분5 사이클로크로스인데 라이딩 중에 단 한 번도 펑크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믿었다. 이 번 섬진강 길 가시는 분 중 로드바이크 타시는 분들은 펑크 준비 잘 하시면 좋을 듯 하다. 6년 전 길에 비해 마모가 심하고 거친 길들이 꽤 많이 있었다.
이동 경로와 이동 시간
당일로 섬진강 라이딩을 하려니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다. 결국 버스 시간표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보다 시간 자유도가 넓은 자차+버스 이동을 하기로 했다. 위 지도 그림 한 장이 그 날 이동시간과 라이딩 시간을 총정리한 것이다. 계획했던 타임라인과 거의 오차없이 진행되었다.
이동 경로는 “자차로 집에서 전주 이동 -> 첫 자 버스로 전북 강진(섬진랑 라이딩 시작점) 이동 -> 섬진강 라이딩 완료 -> 섬진강 휴게소에서 버스로 광주 이동 -> 버스로 전주 이동 -> 자차로 귀가” 이렇게 진행되었다.
이동 시간은, 섬진강 휴게소에서 오후 4시 25이나 4시 45분 버스를 탈 계획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늦어져서 배알도인증센터를 생략하고 섬진강 휴게소에 5시 경 도착해, 저녁을 먹고 오후 6시 5분 버스를 타게 되었다. 거의 1시간 30분 정도 지체된 타이밍이었지만 광주에서의 전주행 차편 시간을 감안하면 계획 대비 20분 정도 늦은 정도였다.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 4:00AM 인천 집 자차 출발
- 6:20AM 전주 도착
- 7:00AM 전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 강진행 버스 첫 차 출발(직행)
- 7:42AM 전북강진공용버스터미널 도착
- 7:52AM 라이딩 시작 (강진 터미널)
- 12:15PM 나룻터 가든 점심(전남 곡성 / 75km 지점)
- 5:05PM 섬진강 휴게소(순천방향) (라이딩 종료 / 140.7km)
섬진강 휴게소~배알도수변공원인증센터 약 5.2km는 피로감과 저녁 식사, 버스 시간을 감안해 생략하기로 함.
- 6:15PM 섬진강 휴게소, 광주행 버스 출발(6:05PM 출발 버스인데 좀 늦게 도착)
- 7:38PM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도착
- 7:51PM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전주행 버스 출발
- 9:18PM 전주고속버스터미널 도착
- 9:27PM 전주 자차 출발
- 11:56PM 인천 집 도착
[ 전북고속 전주-강진행 버스 시간표]

전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서 강진행 첫 차인 7시 버스 티켓을 구매하고 플랫폼으로 가니 아니 웬 걸, 라이더 4명이 이미 탑승 대기중이었다. 평일이라 나 외에 많아야 1~2명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 명은 나처럼 인천에서 왔고, 다른 세 명은 일행으로 세종, 천안 등에서 왔다고 한다. 다들 전날 저녁에 전주로 와서 하룻밤 자고 첫 차 타려고 나온 거였다. 짐칸에 많아야 4대 정도 들어갈 것 같아 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한 명이 접이식 자전거여서 얼추 5대가 실릴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이 안되면 이른 아침시간에 손님도 없을테니 실내에 실어달라고 운전기사께 부탁해 보겠다고도 했다. 드디어 버스가 와서 기사에게 실내 반입 여부를 조심스레 여쭤보니 “당연히”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어쨌든 짐칸 2군데에 자전거를 2대씩 포개고 접이식 1개를 넣으니 딱 맞았다. 그런데 그 때 라이더 커플 한 쌍이 더 나타났다. 어떻게 실을 수 있을까 봤더니 오… 짐칸 문이 반대편에서도 열리고 끄트머리 틈새에 2대를 더 넣었다. 그렇게 총 7대(앞바퀴 탈거 안한 6대 + 접이식 자전거 접어서 1대)의 자전거가 짐칸에 실렸다. 참고로 6년전 친구와 왔을 때는 임실 경유 버스를 탔었는데 그 때는 짐칸 2칸에 각각 1대씩 밖에 실리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협소했었는데 이 버스는 공간이 꽤 넓었다.

버스기사가 앞바퀴 빼면 훨씬 더 많이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날씨
일교차가 꽤 컸다. 오전 7시경 전주에서 버스를 탑승할 때만 해도 기온이 4도였는데, 라이딩을 하는 낮기온은 25도씩이나 됐고 꽤 더웠다. 햇살은 구름 한 점 없이 내내 쨍쨍했다.
섬진강 라이딩
강진교에 이르자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강진터미널에서 강진교를 건너자마자 왼편 강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섬진강 라이딩이 시작이 된다. 강진교 앞 버스 정류소 근처 공터에 차를 주차해 두고 싣고 온 자전거를 내리며 라이딩을 준비하는 라이더들이 몇몇 보였다. 섬진강댐인증센터는 강진교에서 약 200미터 정도 더 가야하는데 어차피 인증센터의 인증행위는 저에게 큰 의미는 없기에 바로 종주길로 진입했다.

상쾌한 아침 공기와 맨처음 라이딩을 시작할 때 바람을 가르며 쌩 달리는 청량감이 극대화되었다. 어찌보면 라이딩 내내 최고의 순간이 바로 이 첫 순간이 아닐까 한다.

동시기 6년전 섬진강 라이딩과 비교해보자면 여전히 명품길임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느낌이 들지만, 당시에는 길이 “새 것”이었다면 지금은 “헌 것” 느낌이 많이 난다. 섬진강 자전거길도 연식이 되다 보니 마모도 심해지고 자연 풍화로 곳곳이 파이고 보수해야 할 지점들이 아주 많아 보였다.

장군목인증센터를 오전 8시 38분에 지나쳤다. 시작점부터 17.3km 지점.
구미교를 오전 8시 45분에 건넜다. 구미교를 건너 약 2.7km 정도 가면 데크에 전에 없던 작품 하나가 있는데 작품명이 “채계산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양사형”이다. 조선시대 순창 출신의 문신으로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 의병을 일으켜 왜놈들을 혼내주셨던 분이다. 채계산은 아래 사진 배경 중앙에 있는 산이므로 양사형의 시선과는 각도가 맞지 않긴 하다.

이 곳에서 떡과 음료를 마시며 좀 쉬었다. 전주에서 버스를 타기전에 떡과 우유, 그리고 지금 먹는 떡이 아침이자 에너지 보충재가 되었다.

아빠가 짐을 주렁주렁 싣고, 그 앞에 남매, 그 앞에 엄마도 짐을 꽤 싣고 라이딩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격려하니 고개를 꾸벅한다. 멋진 가족 캠핑 라이딩이다.

화탄잠수교를 진행방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건너고 나서 조금 더 지나면 위 사진에 보는 다리, 즉 유촌대교를 다시 건너게 된다. 진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건너는 거다. 유촌대교를 건너면 P턴으로 강길로 내려와 위 사진과 같이 유촌대교 밑으로 지나가게 된다. 다리 위에 뒤따라 오고 있는 라이더들이 보였다.



남원시 대강면으로 들어서서 단차가 아주 큰 지점이 나타났다. 이 정도 단차면 도로 보수가 좀 필요할 듯 싶은데, 아무 생각없이 훅 지나쳤는데 오우~ 좀 과장하면 아주 벽에 쿵 부딪치는 수준으로 충격이 느껴질 정도로 컸다. 내 자전거 타이어는 그나마 사이클로크로스용이라 일반 로드용 보다는 폭이 넓고 좀 빵빵해서 단차를 타고 올라섰는데 일반 로드바이크로 간다면 좀 조심해야 할 듯 하다. 씹히거나 자칫 펑크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반대편 길 끄트머리로쪽으로 지나가는 게 좀 낫다.
오전 10시 41분. 공사 구간이 나왔다. 갑자기 비포장 도로에 피로감이 급증했다. 그리고 강가길이 공사로 끊겨 마을쪽으로 우회하여 가는 길들이 나타났다.

이번엔 두더지게임판 같은 도로가 나왔다. 구멍이 꽤 커서 구멍을 피해 요리조리 운행하는 것이 무슨 오락실 게임 같기도 하다. 그러다 밟으면 덜컹 ㅠㅠ… 이 전 길에서 중장비가 도로를 걷어 내고 있었으니 구멍을 낸 이 도로는 곧 걷어내어지고 비포장 공사판 도로가 되다가 공사로 진입금지가 될 것이다. 임시긴 하겠지만 나는 이 길을 두더지길로 명명했다.

2023년에는 공사중으로 우회로를 찾아 가느라 애를 좀 먹었는데, 2024년에 가보니 원래 경로가 다시 복원되었다.



곡성에 들어서자 길이 참 아름답다. 그런데 공사중 비포장도로와 우회로에서 시간을 좀 잡아 먹고 길을 찾느라 시간을 좀 보내다 보니 에너지가 급소진된 느낌이었다. 이로 인해 예상 시간보다 꽤 늦어졌고 보급이 시급했다. 시작점에서 파워에이드 하나 산 것이 전부였는데, 떡으로 좀 버틸 줄 알았더니 에너지 급 소진으로 봉크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하는지라 좀 걱정이 되었다.
지나가는 라이더가 있으면 염치불구하고 캔디 하나만 얻어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 때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곡성군 고달면 두곡교 앞을 지날 무렵이었다. 부자(父子) 라이더가 멈춰서 초코바와 행동식을 드시기에 잠시 멈춰서 캔디 하나만 달라고 부탁했는데, 중3 아들이 입이 떨어지기도 전에 흔쾌히 초콜렛 하나를 건내주었다. 아버님께서도 쏘세지 하나를 건내주셨다. 초콜렛 하나를 먹으니 금새새 당보충이 되면서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감사했고, (라이딩 중에) 다시 보자고 인사하고 먼저 출발했다. 그런데 이 후로는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그 부자와 헤어진 후 조금만 더 가니(약 1.3km 정도), 바로 그 익숙한 보급처이자 숙소인 “나룻터가든”이 나왔다. 6년 전 친구와 섬진강 라이딩을 1박 2일로 할 때, 당시엔 저녁 즈음 이 곳에 도착해 숙박을 한 적이 있었다. 주인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6년 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굉장히 반가워해주셨고 참 친절했다. 몇 년 전 수해를 입어 큰 피해를 봤다고……ㅠ


꽤 배가 고파서였는지 몰라도 맛있게 먹었다.
나룻터가든은 라이딩시작 기점, 약 75km 지점이다. 섬진강 라이딩길의 중간 위치다. 아침에 시작하거나, 점심에 라이딩을 시작했을 때, 다음 식사지와 보급지로 위치상, 시간상 잘 맞는 곳이다.
나룻터가든에서 점심을 먹고난 이 후의 길은 그야말로 벚꽃길의 향연이다. 나룻터가든에서 100여미터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이제부터 구례군이다. 제일 남쪽인 광양에는 이미 벚꽃이 지고 있거나 진 상태이지만 이 나룻터가든부터 광양 이전까지의 길은 내내 벚꽃길이다. 구례에서는 최절정의 개화 상태를 보여주었다.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꽃잎이 떨어지고 있거나 바닥에 떨어진 분홍 꽃잎들로 길자체도 꽃길이었다. 오랜만에 참 황홀했다.




두꺼비 다리를 건너고 나면 강따라 북쪽으로 올라간다. 즉, 다리를 건너서 좌측으로 간다. 동해벚꽃로다. 이 길도 정말 환상적이다. 이곳의 벚꽃들은 꽃잎이 흩날리며 꽃 눈이 펑펑 내리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2017년에는 이제 갓 심은 묘목이었을지, 강물이 시원하게 보였는데 2023년에 와 보니 저 나무들이 풍성하게 자라나 있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속의 내 모습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6년 전만 해도 팔팔한 40대였는데, 이제 훅 가버린 50대가 되어 버렸으니까……ㅠㅠ
말이 나온 김에 다른 그림 찾기를 해 본다. 저지 상의, 장갑, 훅 가버린 몸과 피부, 강가에 풍성하게 자라난 나무… ㅠㅠ 이외에는 똑같구나…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구례군 문척면의 문척교 즈음에 강물이 다시 오른쪽으로 즉, 동쪽으로 굽어지는데 문척교 즈음 강길이 다시 공사로 끊겨 있고 차도로 우회해야 한다. 이 우회로는 쉬워서 그냥 길 따라 가면 된다(어찌 보면 살짝 지름길).

강 건너에 불이 났다. 문척교 건너편인데, 소방차는 이미 출동해 있는 것 같은데 검은 연기가 강 건너까지 넘어왔고 불이 활활 타올랐니다. 그야말로 강건너 불구경을 한 셈이다. 오후 1시 50분.

이내 남도대교로에 진입했다. 구례군 간전면이다다. 오후 2시 49분에 남도대교 인증센터를 지났다. 화개장터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평일임에도 굉장히 많았다. 다리 위에 차들의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오후 2시 52분, 드디어 광양시에 접어 들었다. 전남 구례군과 전남 광양시의 경계는 구례군 하천산 아래 흐르는 중대리 계곡이 경계면이다. 계곡물이 섬진강으로 합류된다. 이 경계면에 있는 마을 이름이 하천마을인데 양쪽의 행정구역에 걸쳐 있는 마을이다.

광양의 라이딩길은 이런 느낌이다. 구례쪽 보다는 자전거 도로 공간을 많이 확보해 주고 있다. 그리고 벚꽃은 많이 지고 있는 중이었다.
오후 3시가 지나자 정말 힘겨웠다. 길은 예쁜데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길 같은 느낌…
오후 3시 30분 광양시 다압면 고사마을, 오후 3시 45분에 매화마을 인증센터를 지나쳤다. 이즈음부터는 남해쪽에서 불어오는 남풍이 좀 거세지면서 완전 headwind riding이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역풍이 부니까 페달을 구르는 게 아니라 한발 한발 내딛는 수준으로 갔던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매년 열린다는 Dutch Headwind Cycling Championships 대회, 이른 바 네덜란드 역풍 라이딩 선수권대회도 코스 거리가 8.5km 밖에 안되는데, 10 몇 km 를 내내 역풍으로 달려야 했다.
원래 계획은 배알도수변공원인증센터까지 마무리를 하고 다시 섬진강휴게소로 올라와서(배알도~섬진강휴게소는 약 5.2km) 광주행 버스를 타고, 다시 전주행 버스를 타서 차량 회수를 하고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공사구간 우회로에서 시간과 체력을 보다 소모하고, 계획 대비 조금씩 지체되고, 광양에 이르러 역풍으로 체력 소모가 커져서 배알도를 생략하기로 했다. 어차피 가 본 곳이다라고 자위를 하면서 말이다. 섬진강휴게소에서 종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섬진강휴게소에서 광주행 버스 시간이 오후 4시 25분, 4시 45분, 그 다음이 6시 5분 차가 있다. 오후 4시 25분 차를 타려고 했는데, 역풍으로 제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가기로 했다.
오후 4시 21분에 섬진강대교를 지났다.


드디어 오후 5시, 섬진강휴게소에 도착했다. 배알도수변공원인증센터까지 약 5.2km이기 때문에 왕복으로는 10.4km 정도 save하고 라이딩을 종료했다. 총 라이딩 거리는 약 141km. 6시 5분 출발 광주행 버스표를 사고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좀 느긋하게 쉬었다. 운 좋게도 남은 좌석이 딱 1자리! 평일이지만 금요일 저녁이다보니 확실히 이동이 많은 듯 하다.
섬진강휴게소~광주까지의 정상 소요시간은 1시간 10분이기 때문에 섬진강휴게소에서 6시 5분차 버스를 타면 이동시간은 아래와 같지만 광주에서 전주행 버스를 타는 환승 시간이 15분 밖에 되지 않아 광주발 7시 30분 티켓을 예매하기가 불안했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시간대라 표는 빠르게 없어지는 상황.
- 섬진강휴게소 오후 6시 5분 – 광주터미널(유.스퀘어) 오후 7시 15분 도착
- 광주터미널(유.스퀘어) 오후 7시 30분 – 전주터미널 오후 9시 도착
원래 광주-전주 버스 시간이 오후 7시 30분, 다음 차편이 오후 8시 30분으로 1시간 뒤인데, 오..임시 차편 오후 7시 51분차편이 생겼다. 그래서 이걸 예매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섬진강휴게소에 버스도 늦게 도착해서 출발도 약 10분 지연되었고 금요일 저녁이다보니 광주 인근에서 약간 지체가 되어 광주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 38분이었다.
곧바로 오후 7시 51분 전주행 버스를 탈 수 있었고 9시 20분 경에 전주에 도착했다.
전주에서 차량 회수를 하고 인천으로 무사히 복귀했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되었다. 이렇게 당일치기 벚꽃 만발한 섬진강 라이딩이 종료되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 총 라이딩 거리 : 141km
- 소요 시간 : 9시간 12분 (이동 시간 7시간 37분 + 휴식 시간 1시간 34분)
- 라이딩 날짜 : 2023년 3월 31일(금요일) / 맑음
(참고로 내가 다녀온 GPS 경로 파일은 램블러 http://rblr.co/Oicdi 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사전 정보없이 갔지만 그래도 난는 거의 헤메지는 않았다.)
2023년 3월 31일(금).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