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년대 부모님 시절의 지리산
부모님은 젊은 날 당신의 시절에는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던 등산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 다니셨었다. 아버지께서는 70대에 접어들면서 등산을 하지 않으셨다. 그러다가 아버지 연세가 79, 어머니 72세가 되던 2016년 가을에 덕유산 설천봉-육십령 종주를 함께 한 뒤로 매년 중급의 명산들을 골라 제 아이들과 함께 3대가 함께 하는 산행을 해 왔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모든 활동이 중지되었을 때 부모님과 함께 하던 산행도 흐지부지 되고 그 사이 부모님은 더욱 연로해지셨다.
2년 전인 2022년 가을에 나는 부모님께서 늘 옛 추억의 단골산으로 머물러 있는 설악산에 3대가 함께 하는 산행을 추진했다. 부모님도 들떠서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동네 인근의 산으로 연습하러 가신다고 귀띔해주셨다. 그러다 며칠 뒤 아버지께서 전화하셔서는 결국 ‘설악산은 안되겠다. 남산이나 다녀오자’라고 하셨다. 산행은 접자가 아니라 남산이라도 다녀오자고 하신 게 마음에 걸렸다. 나중에 어머니께 전해 들은 얘기는, ‘아버지께는 내색하지 말거라. 설악산 준비한다고 산에 다녀오시는데 너무 버거워하셨다’. 이 후로 부모님과의 산행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직은 정정하시기에 내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컨디션에 따라 가능할 법도 하다고 보지만 이제 87, 80세이신 두 분의 연령을 고려하면 분명 무리인 것은 맞다. 이제 대신 종종 굵직한 나의 산행기를 보내드리곤 한다.
지난주 지리산 화대종주 후기(https://kimsunho.com/2024-jirisan-hwadae-hike/)를 부모님께 보여드렸다. 종종 산행기를 보내드리면 그 땐 그랬지 하시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곤 한다. 어머니께서는 옛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읽었다면서, 후배가 연하천대피소에서 힘들어했다는 대목에서, 옛날에 부모님과 친구분 1분 이렇게 3명이 지리산 종주를 했을 때 에피소드가 생각난다며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주로 산행 리드를 하셨는데, 바로 연하천산장에 힘겹게 도착했을 때 아버지께서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친구분이 어머니보고 ‘제발 힘들어서 더 이상 못간다’고 애원해 달라고 했다며, 어머니는 깔깔 웃으셨다. 어머니도 힘들어서 실제로 그렇게 말했는데, 아버지는 콧방귀도 안 뀌고 1박 목적지인 세석까지 끌고 오셨다고 한다. 세석에 왔을 때는 그 친구분은 얼마나 힘들었던지, 본인 텐트를 치는 것을 거부하고 부모님 텐트에서 함께 잤다고…하하. 당시에는 지금처럼 장비들이 좋지 않아서 여러모로 힘들었던 모양이다. 무릎보호대가 어딨으며, 스틱이 있었겠는가… 당시 세석평전에는 밤이 되면 텐트 불빛으로 장관을 이루었다고 하니 지금의 국립공원과는 사뭇 다른 바이브였다.
그 세 분이 종주했던 지리산이 1987년이었다. 내가 중3때인데, 지난 주 다녀온 화대종주, 내 큰 아들이 지금 중3이다.
아래 사진이 당시의 사진이다. 노고단고개에서의 사진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왼쪽이 아버지, 가운데가 어머니, 오른쪽이 친구분이다. 당시 친구분 아내는 등산을 잘 하지 못하여 세분만 왔다고…

1987년의 지리산 외에도 부모님은 그 시절 치고는 숱하게 지리산을 들락날락 하셨다.
아래 사진은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사진인데 아마도 1979년(내가 초1, 아니 당시엔 국민학교..ㅎㅎ)인 것 같다. 왼쪽이 아버지^^



1981년 화엄사-천왕봉-백무동 종주 메모와 세석평전에서의 1박이 인상적이다.


부모님께서 종종 말씀하신다. 아직껏 동년배들에 비해(친구분들 대부분 돌아가셨습니다) 건강한 것은 젊은 시절 겪었던 산 때문이라고.
올해가 가기전에 부모님과 노고단에 다녀올 생각을 해 본다.

* 뒤늦은 산행 후기로 치자…
2024-10-2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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