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서해랑길 103, 102코스 남진 : 산과 황금 들녘, 교동과 석모도를 보며 걷는 바닷길

아내와 걷는 코리아둘레길 4500km

2024년 10월 13(일). 전날 다녀온 북한산 주능선 하이킹을 마치고 아내에게 농담삼아 ‘해장 걷기’를 해볼래? 라고 말하고 동네를 걸었다. 동네를 걸으며 얘기를 나누는 것, 꽤 괜찮다. 아이들은 미성숙해 있으면서도 선택적으로 강한 독립심이 생겨서(사춘기의 특징이겠죠?) 엄마, 아빠를 더 이상 따라 다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그냥 걷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9월에 전구간 개통된 코리아둘레길을 둘이서 시작해보자고 의기투합이 되었다.

– 2024년 9월 코리아둘레길 전구간 개통 관련 기사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3/0000047724?sid=103
– 코리아둘레길 소개 : https://www.durunubi.kr/koreatrail-introduction.do

코리아둘레길 지도
코리아둘레길 – 해파랑길 2016년 5월 개통, 남파랑길 2020년 10월 개통, 서해랑길 2022년 6월 개통, DMZ평화의길 : 2024년 9월 개통

우리나라 동서남북을 외곽으로 하나로 연결해 4500km를 잇는 코리아둘레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더 이상 아이들을 엄마, 아빠 임의대로 데리고 다니지 않게 되는 이 시점에 결정한 선택이다. 아내와 둘이서만 걷는 길이 될 것 같다. 친구와? 동호인들과? 회사 동료들과? 아는 사람과? 아마도 하루 이틀 일정을 조율하고 걷는 구간을 선택하고 약속을 잡고 할 수는 있겠으나 4500km를 이을 동안 지속적이진 못할 것이다.

집에서 가까운 서해랑길을 먼저 선택하고 최북단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해나가기로 했다.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시작하게 되는 거다. 거기서부터 남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1주일 후 이 계획은 즉시 실행되었다. 2024년 10월 20일(일) 첫 start를 끊었다.

서해랑길 103, 102코스 남진 경로

10월 20일, 날머리인 강화도 외포리로 차량 이동하여 주차장에 차를 두고 들머리인 강화평화전망대로 이동하여 서해랑길 103코스, 102코스 2구간을 남진 완료했다. 아래 이동 경로가 이날의 여정을 보여준다.

서해랑길 103, 102코스 지도
서해랑길 103, 102코스와 날머리에서 들머리로의 이동 경로
서해랑길 103, 102코스 남진 고도 그래프

들머리 이동 – 자차 + 대중교통

일요일 오전 8시가 넘어 강화도 외포리 함상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바닷가 앞이라 그런가 아침 기온이 꽤 쌀쌀했다. 바람막이를 챙겨 입었다.

○ 차량 이동 : 송도 – 강화도 외포리 강화함상공원 주차장

  • 출발 7시 3분
  • 도착 8시 12분
  • 58.9km / 1시간 9분 소요

외포리는 날머리이기 때문에 들머리인 강화평화전망대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는 1번 갈아타야 한다. 외포삼거리에서 강화읍에 있는 수협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후 강화읍에서 다시 평화전망대까지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강화도의 중심인 강화읍으로 가는 버스는 많아도 강화읍에서 평화전망대로 가는 버스는 지도앱에 도착 정보도 나오지 않고 하루 운행댓수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강화읍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 버스 이동 : 외포삼거리 버스정류장 – 수협 버스정류장(강화읍)

  • 출발 8시 42분
  • 도착 9시 6분

강화읍에는 서문김밥이라는 유명한 김밥집이 있다. 오래전 강화도에 놀러와 강화읍을 지날 때 종종 들렀던 김밥집이다. 싸고 맛있는 집이다. 동시에 오래되고 허름한 집인데 아직도 건재했다. 아무리 맛있어도 김밥맛이기에 이 김밥 하나를 위해 굳이 강화도에 올 일은 없겠지만 지나치는 길이고 김밥이 생각 난다면 들러서 먹어볼만하다(포장만 가능). 오전 7시부터 문을 여니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기도 괜찮다(매주 월요일 휴무). 강화중앙시장 뒷편, 강화읍사무소 앞에 있는 김밥집이다. 매장내 식사하는 공간은 없으며 가족으로 보이는 4분이 김밥을 만들고 포장하는 일을 분업으로 쉴 새 없이 일하고 있었다.

서문김밥
강화읍에 있는 서문김밥의 김밥

우리는 아침끼니를 해결할 요량으로 2줄을 사서 앞에 있는 읍사무소 앞 화단에 걸터 앉아 먹었다. 따뜻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김밥을 먹으니 참 맛있었다. 다 먹고 나니 아무래도 트레킹 경로상에 적당한 점심끼니를 해결할 식당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2줄을 더 사서 강화중앙시장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강화중앙시장 버스정류장에서 평화전망대행 버스는 여러대가 있지만 운행횟수가 적어 지도앱에 도착정보 표기가 되지 않는다. 몇 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하려던 차에 마침 정류소 앞에서 택시가 서더니 손님이 하차했다. 우리는 결국 택시를 타고 강화읍에서 평화전망대로 이동했다.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보는 차창밖으론 강건너 북한땅이 선명하게 보였다.

○ 택시 이동 : 강화중앙시장(강화읍) – 강화평화전망대

  • 출발 9시 50분
  • 도착 10시 6분

강화평화전망대는 민통선을 지나야 해서 해병대 검문소에서 탑승객의 신분증을 검사(일행 중 1명만 검사)한다. 신분증과 전화번호를 주면 임시출증 종이를 내준다. 택시기사 말로는 신분증이 없어서 출입제한을 받더라도 다른 통로로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어찌 보면 검문소에서 하는 행위는 약간 요식행위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택시기사에 따르면 과거의 어떤 사건(흘려 들어서 자세한 것은 생략^^)이 발단이었다고 하니 상징성이 있는 것 같다.

평화전망대 주차장에는 남북 1.8 평화센터라고 명명된 3층짜리 건물이 있는데, 2층은 북한음식 식당, 3층은 카페와 연결된 옥상쉼터다. 식당의 유리창 밖으로는 북한땅이 선명히 보이는 것이 북한뷰 식당입니다. 2019년 3월에 미국에서 오신 회사 상사를 모시고 평화전망대에 온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이런 건물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그 후에 지어진 식당인 듯 하다다.(아래 사진 참조)

강화평화전망대 주차장
강화평화전망대 주차장
남북 1.8 평화센터 내 2층 식당 – 처음 보는 북한뷰 조망 식당
옥상 쉼터 – 카페 이용자들에게 개방된 공간인 듯 합니다.

평화전망대 주차장에는 바로 우리의 코리아둘레길 출발점인 서해랑길 103코스 최북단 인증 안내판이 있다. 두루누비앱을 이용해 전자 스탬프를 QR사진을 찍어서 인증하고 코스 따라가기 메뉴를 통해 주요 경로 인증을 할 수 있다.

서해랑길 103코스 12.6km 남진 : 강화평화전망대~별악봉~양사파출소~송산삼거리~창후항

강화평화전망대 주차장에서 QR인증을 한 뒤 오전 10시 24분 출발했다. 하늘은 쾌청하고 임진강 너머 북한땅도 선명한 것이 시계가 좋았다. 기온은 19도. 택시를 타고 주차장으로 온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해병대 검문소가 이내 보인다. 검문소를 지나기 전 우측(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곧바로 별악봉으로 오르는 임도길이 시작된다. 산능선에 오르면 진행방향은 남쪽으로 향하게 된다.

별악봉을 오르는 길

별악봉, 성덕산으로 이어지는 뒷동산 같은 산인데 길은 넓고 완만하며 둘레길에 어울리는 산길이다. 30분쯤 지나니 지도상 별악봉이라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만, 작은 언덕 정도로 느껴질만한 너른 고지인데 누군가의 잘 가꿔진 묘지가 덩그라니 있을 뿐이다. 경주김씨의 누구묘라고 비석에 적혀 있었다.
다시 10분쯤 걸으면 우측으로 방향이 꺾이는데 이때 좌측으로 좀 걸어 들어가면 한강과 그 너머 북한땅이 조망되는 정자가 나온다. 안내팻말에는 바로 이곳을 별악봉으로 지칭하고 있었다. 11시 5분 별악봉에 도착했다. 북한의 송악산이 멀리 보이고 동남쪽으로 약 50km 정도 떨어진 서울의 북한산도 잘 보였다. 정자에서 음료와 비스켓을 먹으며 잠시 경치 구경을 한 뒤 다시 출발했다.

별악봉에서 보는 강건너 북한 땅
별악봉에서 보는 강건너 북한 땅

별악봉부터는 남서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성덕산에 이르렀다(11시 50분). 215m 정도이며 선녀바위를 거쳐 20분 정도 내려가면 양사면 교산리 마을에 이른다. 약 5km정도의 산길 구간이지만 완만하고 편안한 길이다. 이 산길 구간 때문에 두루누비 홈페에지는 난이도를 ‘어려움’으로 매기고 있는 것 같다. 평소에 등산을 종종 했던 사람이라면 어렵게 느껴질 부분은 없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 봤을 때는 ‘쉬움’이다.
마을로 내려와 우측으로 가면 양사파출소를 지나고 서사길에 합류해 곧바로 강화교산교회, 기독교선교역사관 삼거리에 다다른다(12시 28분). 이 삼거리에 화장실이 있다. 삼거리에는 1892년 당시 서양의 선교사가 비밀리에 배위에서 세례를 해주었던 선상세례를 보여주는 조형물도 있다. 이 지점은 서해랑길 103코스의 중간 지점이기도 하다.

양사면 샛마을 체육공원
양사면 샛마을 체육공원

12시 47분, 양사면 샛마을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별악봉에서부터 내리 걷기만 해서 쉴겸 점심으로 김밥도 먹을겸 공원에 앉았다. 공원 팻말에는 마을 공동 창고를 해체하고 2021년 8월에 작은 공원으로 조성을 한 것이라고 씌여 있었다.
김밥을 먹고 나서 서사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을 했다. 한적한 도로변을 따라 걷는데 동네 이름이 특이하다. “짓절미”! 짓절미 버스정류장을 지나쳤다.
양사면 교산리의 마을이름이 특이한데, 다리목, 덕고개, 뒷절미 마을이 있다. 다리목 마을은 앞에 다리가 있어서 다리목 마을이라 불리며, 덕고개 마을은 덕고개 밑에 위치한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뒷절미 마을은 뒤에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짓절미, 사촌, 서사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짓절미는 결국 뒷절미의 다른 이름으로 보인다.

조금 더 가면 교산리에서 인화리로 넘어가 삼거리(시작기점 9.3km 지점)가 나오는데 왼쪽은 강화읍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교동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교동쪽으로 갔다. 여기서부터 약 100미터 정도는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고 인화로로 합류되는 차로의 갓길을 100미터 정도 걸어야 한다. 인화로에는 차들이 양방향으로 빠르게 달리므로 조심해야 되는 구간이다. 위험구간을 빠르게 통과하고 인화로 차로에서 벗어나 다시 한적한 도랑가를 걸었다.

서쪽으로 교동대교 초입근방까지 즉 해안가까지 다다른 후 방향을 90도로 꺾어 남쪽으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 해안가를 따라 걷게 되는데, 우측으로 바다 건너 교동도와 석모도를 보면서 걷게 된다. 해안 철책길이 이어지다 창후로 차로로 조인하고 다시 차로의 갓길을 잠시 걸어야 한다. 위험한 구간이지만 차량 통행이 드물어서 위협적이진 않다.

차로를 따라 조금 더 남쪽으로 걷다 보면 ‘카페오카소’라는 카페가 나온다.

카페 오카소
카페 오카소
카페 오카소

오후 2시 5분, 카페 오카소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흑임자 라떼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서해바다와 교동도가 조망되는 카페다. 서해랑길 103, 102코스 중에서 중간에 들를만한 카페인 것 같다.

2시 31분, 창후항에 도착했다. 서해랑길 103코스 남진의 종점이다. 창후항은 2017년 교동대교가 개통되기 전에 교동도를 가는 뱃편이 있던 곳이다.

○ 서해랑길 103코스 12.6km 남진 : 강화평화전망대~별악봉~양사파출소~송산삼거리~창후항

  • 출발 오전 10시 24분
  • 도착 오후 2시 31분
  • 12.6km / 4시간 7분 소요

서해랑길 102코스 10.9km 남진 : 창후항 ~ 망월돈대 ~ 계룡돈대 ~ 황청저수지 ~ 외포항

2시 35분 서해랑길 남진 기준 103코스의 종점이자 102코스 출발점인 창후항 인증을 하고 다시 출발했다. 서해랑길 102코스는 대부분 해안가길로 교동도와 석모도를 바라보며 기울어가는 해에 반짝이는 서해와 반대편으론 황금들녘을 볼 수 있는 강화도 구간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서해랑길 102코스
오후 2시 54분. 오른쪽에 보이는 산은 석모도의 상주산
교동도와 교동대교
교동도와 교동대교
별립산
망월돈대를 지나서 본 북쪽 방향 – 좌측에 교동대교, 앞에 보이는 산은 별립산(416m)
계룡돈대
4시 2분 계룡돈대

계룡돈대에서 약 600미터 정도 남진하면 해안길은 끝이나고 좌측으로 해안둑을 내려가게 된다. 논주변의 시멘트 포장길에 들어섰는데 차량에 밟힌 초록뱀의 사체가 눈에 띄었다. 포장도로위 차량에 밟혀 죽은 뱀들이 꽤 많이 목격되었다.
용두레 마을을 지나서 황청저수지쪽으로 향했다. 황청저수지의 서쪽길을 지나 국수산(193m) 자락을 넘어갔다.

국수산 자락의 마을에서 본 석모도와 교동도
국수산 자락의 마을에서 본 석모도와 교동도. 바닷가 풍광이 참 아름답습니다.

100여미터 되는 고개를 넘어 산 중턱을 따라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 걸었다. 외포리를 잇는 해안서로까지 내려와 외포항까지 남은 길을 마무리 했다. 강화파출소가 있는 외포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23분.

○ 서해랑길 102코스 10.9km 남진 : 창후항 – 망월돈대 – 계룡돈대 – 황청저수지 – 외포

  • 출발 오후 2시 35분
  • 도착 오후 5시 23분
  • 10.9km / 2시간 38분 소요

서해랑길 103, 102코스 23.5km의 남진 총 소요시간은 6시간 58분(휴식시간 57분 포함)이었다.

  • 날씨 : 맑음/쾌청/기온 16도~23도(한낮 뙤약볕은 27도까지, 아침기온 19도, 저녁기온 16도)

외포리 강화함상공원 주차장에서 차량 회수하여 귀가하였다.

○ 차량 이동 : 강화도 외포리 강화함상공원 주차장 – 송도

  • 출발 오후 5시 33분
  • 도착 오후 7시 59분
  • 61km / 2시간 26분 소요 (초지대교를 건너는 곳에서 심한 병목현상)
기록 및 코스 Rating
석모도 노을
돌아오는 길에 본 노을 지는 석모도

램블러 기록 : http://rblr.co/osuII

(다음 이야기)

*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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