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백패킹

역대급 폭설 속 선자령 백패킹 (2024 겨울)

1월 20일~21일에 친구와 “선자령 백패킹”에 다녀왔다.

수도권은 영상 7도로 포근했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에 진입했을 무렵만 해도 기온의 변화는 없었다. 평창에 가까워지자 조금씩 떨어지더니 오후 3시경 대관령에 이르자 영하 3도 정도로 내려갔다. 그리고 눈이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했다. 눈은 다음날 새벽까지 쉼없이 내렸다. 눈이 많이 와서 아래쪽 숲에 설영 후 하이킹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정확히 2년전에 선자령에서 백패킹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눈이 거의 없는데다 흐릿한 날씨로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는데 이 번엔 폭설속에 눈박을 하고 있자니 행복 호르몬 수치가 극에 이르는 듯 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수월한 부분도 있었다.

눈으로 덮힌 선자령, 밤새 눈소식이 전국의 등산인들에게 퍼져 나갔는지 일요일 아침부터 주차장으로 몰려드는 산악회 버스들, 도심으로 돌아와서 보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한 흐리기만 할 뿐인 거리의 모습’들… 모두 다 다른 세상이다.

백패킹 준비물
동계 백패킹 준비물

겨울 백패킹은 아무리 무게를 줄여도 최소 15kg 이상은 된다. 물론 더 줄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값을 치러야 한다. 친구가 극동계 침낭 외 백패킹, 캠핑 등의 장비가 없어서 이 친구와 함께 하면 내짐이 늘어난다. 다음은 내가 챙긴 장비들이다. 여기에 먹을 것까지 챙기면 20kg 가까이 육박하는 무게다.

  • 배낭 : 그레고리 발토르 75
  • 침낭 : 카린시아 D1200x
  • 텐트 : 헬스포츠 피엘하이멘 슈퍼라이트4 캠프
  • 텐트 풋프린트 : 피엘하이멘 풋프린트
  • 경량 해머, 팩 6개
  • 매트 : Exped 씬매트 9LW(내한 -25도/R6), Exped Downmat 7LW(내한 -24도/R5.9)
  • 맥스펌프2 프로
  • 우모바지
  • 우모복 : 아크테릭스 캐머슨 파카
  • 부티 : 백컨트리 부티
  • 장갑x2 : 일반장갑, 스키장갑
  • 베개
  • 양말/속옷(파우치)
  • 보조배터리/충전기(20W리큐엠 QP2000A)
  • 카메라 D750 + Nikor 24mm 렌즈 + 삼각대
  • 고프로 촬영장비
  • 크레모아 미니 랜턴
  • 선글라스/고글
  • 핫팩 x 4
  • 써모스보온병 900ml
  • 숟가락/젓가락
  • 미니멀웍스컵컵
  • 아이젠
  • 등산화 : 잠발란 토페인(눈 올 때는 필수)

그날의 생상한 영상은 아래 유튜브 영상 참조.

역대급 폭설 선자령 백패킹 영상

대관령마루길
대관령IC에서 나와 횡계리 대관령마루길에 이르니 차들이 나오고 들어가는 차들로 빼곡하다.
신재생에너지관 앞 도로 – 선자령 들머리 부근

신재생에너지관 주차장에는 눈이 쌓일대로 쌓여 넓은 공간임에도 차가 지나며 다진 일방통행로 하나와 중간중간 세워 둔 차들이 전부였다. 차를 뺄때는 사람들이 달라붙어 밀어줘야 했다.

눈덮힌 선자령 등산로

다행히 바람은 많이 불지 않았다. 눈은 멈출줄 모르고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다른 세상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이 되어 버린 이 길을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걸었다. 나무들은 눈을 잔뜩 뒤집어쓴 채 조용히 서 있었고, 가끔씩 가지에 쌓인 눈이 한 덩이씩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눈이 계속 내려서 이대로는 정상 고원에서는 어려울 것 같아 중간에 피칭을 하고 짐을 내려 놓고 선자령 정상에 다녀오기로 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을 눈삽도 없이 발로 쓱쓱 치우고 다진 다음에 재빨리 피칭을 했다. 늘 무겁다고 불평하곤 했던 등산화 잠발란 토페인이 이럴 때 강력한 제 역할을 해주었다. 고어텍스에 안전화 같은 느낌의 앞쪽 토우박스, 풀그레인 가죽으로 되어 있다. 눈비에 발이 젖는 일이 절대 없다.

선자령 백패킹
무릎까지 쌓인 눈을 치우고 재빨리 피칭 완료
선자령 백패킹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드는 판타지 속으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날이 빨리 저물기 시작해서 그냥 다시 피칭 장소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하산길에 조우한 솔로 백패커. 비자립 A형 텐트를 가져와서 이 눈보라에서는 고원에서 버티기 힘들 것 같다며 하산중이라고 말했다. 유튜버 산데렐라님이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그녀는 천안에서 왔단다. 천안에서 여기까지 왔다면 좀 아쉬울 법 하다. 우리가 피칭한 곳을 와보고는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 했다. 다른 백패커들도 몇 몇 있었고 내가 눈 다지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니 이곳을 박지로 정하고 피칭을 하려는 듯 하더니, 멈출줄 모르는 눈에 그녀는 그냥 하산하기로 판단을 했다. 나중에 그녀의 채널을 통해 어떻게 했는지 물었더니 차에서 자다가 대관령에서 숙소를 잡아 편히 자고 갔다고…

선자령 백패킹

다음날날

선자령 백패킹

선자령 백패킹

선자령 백패킹

선자령 백패킹

선자령 백패킹

선자령 백패킹

눈내린 선자령의 이면엔…
오버 투어리즘.

이른 아침 정리하고 하산하고 나니 아침부터 밀려드는 산악회 버스들.
눈오는 선자령을 보려면 일기예보를 보고 가면 안된다. 내가 갔을 때 뜻하지 않은 눈을 만나야 한다.

램블러 경로 기록 : http://rblr.co/ony4u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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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선자령 눈폭탄 제대로 맞으셨군요^^ 너무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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