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 드 몽블랑(TMB) 가족 트레킹 (1) – TMB 준비와 여정의 시작

타원형의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 이하 TMB) 트레킹의 시작점은, 환종주 개념이다 보니 어디든 상관없다. 샤모니에서, 또는 반대편 꾸르마예르에서 시작하든지, 시작점이 종점이 되는 거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TMB 트레킹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곳이 있으니 바로 레우슈(Les Houches)다. 2024년 여름 뚜르 드 몽블랑 가족 트레킹 시작점이었다.

링크 : 뚜르 드 몽블랑 – 2024년에 몽블랑을 걷는 의의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116
링크 : 뚜르 드 몽블랑 – 알프스와 몽블랑 이야기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117

뚜르 드 몽블랑 트레일 소개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 TMB)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10m)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산괴(Massif)의 산중턱 트레일을 주변 3개국-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거쳐 일주하는 트레킹이다. 타원형 모양의 환종주 트레킹이며 거리는 약 170km에 이른다. TMB가 현대적인 트레일로 자리잡게 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여러 세대에 걸쳐 지역 주민, 목동, 상인, 탐험가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트레킹 문화가 확산되고 길이 명확히 정비되고 주변에 다양한 산장이 건설되면서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로 발전했다.

아래 그림1은 Open Street Map위에 TMB GPS 파일을 입힌 후 주요 거점(고개, 봉우리, 산장, 캠핑장 등)을 입력한 TMB 트레킹 지도다. 일정을 짜면서 직접 입력하면서 만들어 보았다. 빨간색 루트가 TMB의 오리지날 공식 경로이고 파란색 루트는 TMB의 변형코스다. 변형코스는 트레커들이 여건에 따라 보완 및 변경된 또 다른 선택지인데 경치가 좋아 변형코스를 많이 애용된다. 우리도 변형코스를 이용할 예정이다. 보라색 선은 국경이다.

TMB 지도
TMB 트레일 지도 – 오리지날 경로(빨간색)와 변형 경로(파란색) 포함.

트레킹 시기

트레킹 시기로는 6월~9월 중순까지가 적당하다. 한 여름에도 기온차가 크게 벌어져 새벽에는 춥게 느껴지고 실제로 2000m가 넘는 고산에서는 춥다. 산장도 이 기간에만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7, 8월에는 관광객들과 하이커들이 몰리는 시기라 사전 예약이 필수다. 산장 예약은 이 사이트 https://www.autourdumontblanc.com/en 에서 할 수 있다.

산장 예약을 못한 경우나 다수의 낯선 이들과의 동침 등이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캠핑 및 와일드 캠핑(노지 야영) 선택지가 있다. 캠핑은 캠핑장에 따라 사전 예약을 받는 곳이 있기도 하고 현장 선착순 체크인만 가능한 곳이 있기도 하다. 경험상 캠핑장 예약은 굳이 필요하진 않아 보였다. 성수기임에도 의외로 샤모니나 레우슈의 캠핑장들은 예약을 받지 않고 현장 체크인만 가능한 경우가 대다수였고 미리 예약 결제한 캠핑장에 사정상 체크인을 못하거나 취소를 해야 할 경우에 환불이 불가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일드 캠핑

와일드 캠핑의 경우, 간단한 규칙을 지킨다면 허용이 되었다. 하이커들의 이동이 대부분 종료되는 오후 8시 이후(TMB에서의 여름 일몰은 밤 9시가 넘는다. 오후 9시 30분 쯤 되어서야 어둑어둑해진다.)에 텐트를 피칭하고 이른 아침에 텐트를 철수하는 최소한의 야영 시간을 조건이다. 트레일에서 벗어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산장 근처 비박 장소가 따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며, 산장 주인들의 허락하에 하기도 한다. LNT(Leave No Trace)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 산장 근처 외 산중에서는 해발 2500m이상이어야 한다. 대체적으로 프랑스, 이탈리아가 조금 더 자유롭고 스위스는 보다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준비물

우리 가족의 선택은 백패킹 트레킹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의식주 아이템에 트레킹 여행 장비를 추가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되었다.

: 고지대이다 보니 여름의류에 춘추용과 초겨울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덥고 추운 경우에 대비해 계절옷을 다 챙길 수도 있겠지만 몇 날 며칠 동안 배낭을 짊어지고 산행을 이어가려면 옷의 경량화도 고려사항이다. 경량, 보온성, 통기성을 갖춘 기능성 의류들을 고려하면 좋다. 반바지, 반팔티의 경우 썬크림 필수. 고도가 높은데다 한여름이니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은 필수다.

: 이동 중 산장의 음식을 이용하거나 중간 중간 마을에서 공수한 먹거리를 챙기면 된다.

: 텐트+그라운드 시트, 매트x4, 침낭x4, 베개x4. 인원수에 맞는 가볍고 적절한 텐트 선택이 필수. 1~2인이 여행한다면 2인용 텐트를, 4인 가족이 함께 한다면 2인용+2인용 텐트나 4인용 텐트를 이용하면 된다. 침낭은 Comfort 온도 기준 -5도에서 5도 사이의 온도 스펙을 가진 것것을 추천한다. 이 정도 스펙의 3계절용 침낭 무게는 1kg 내외인 경우가 많은데, 경량화를 감안한다면 부담스러운 무게다. 우리는 플리스 소재의 침낭 라이너로 대체하여 0.4kg 수준으로 줄였다.

배낭 무게는 하이킹 속도, 하이킹의 질을 결정한다. 몸에 짊어지는 모든 것을 포함해서 12kg이하(25pound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게 좋다. 물론 체격에 따라 가감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배낭은 반드시 허리벨트로 묶어 하중을 어깨가 아닌 허리에 분산되도록 하여 배낭 매고 이동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일정과 날씨

자유여행의 묘미는 여행 일정을 내 마음대로 짤 수 있는 것이다. 이 자유도에 제어할 수 없는 noise같은 한가지 요소가 있으니 바로 날씨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 캠핑을 할 때 비오는 날은 항상 있었다. 체르마트에서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를 타고 마테호른을 감상할 때 비오는 날을 피해서 일정을 바꾼적이 있다. 돌로미티의 카디니 디 미주리나와 트레 치메 하이킹을 할 때 최고의 날씨에 진행하기 위해서 현지에서 일정을 조율한 적도 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을 대비해야 하고 비오는 날에는 트레킹 대신 다른 일정을 진행할 수 있는 plan도 고려해 볼 것이다.

TMB 170km를 완주한다면 전통적이면서 표준화된 일정은 11일을 고려한다. 사람마다 트레킹 특성에 따라 절반의 시간이 될 수도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 나는 미리 TMB 경로를 살펴보면서 우리 가족에게 최적의 코스를 짜두었다.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휴가 15일 동안 날씨 마진, 트레킹의 여유로움에 무게를 더 두고 스위스 일부구간(La Fouly에서 Champex까지)은 점프하여(대중교통 이용) 지나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그랑페레고개에서 Chalet De La Peule산장을 거쳐 라 파울리La Fouly로 향하는 정규 TMB 경로 대신 약 3.2km 정도가 단축되는 프티페레 고개에서 La Fouly로 가는 지름길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휴가 일정과 효율을 감안해서 8일을 완주 일정으로 할당했다. 늘 산행에 대해서 엄살을 피우는 아내, 이제 중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인 두 아들에게 무리일까 싶기도 하다만 모두들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 등 우리나라의 웬만한 고봉들과 험지에 대한 경험이 많아 이런 일정은 우리 가족에게 괜찮다고 생각했다.

TMB는 환종주이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출발을 해도 무방하다. 진행방향도 시계방향이든, 반시계방향이든 자유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TMB의 진행방향과 출발점이 있다. 샤모니에서 남서쪽으로 약 7km 떨어져 있는 레우슈(Les Houches)에서 시작해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가장 전통적인 TMB 트레킹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걸 따르기로 했다. TMB 가이드북으로 유명한 Kev Reynolds의 뚜르 드 몽블랑 : 양방향 트레킹을 위한 완벽한 지침서 Tour of Mont Blanc : Complete Two-way Trekking Guide 에서도 반시계 방향 진행이 표준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11일의 일정을 소개한다. 이는 좋은 기준점이 된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스타일대로 TMB 여정을 세우면 된다. 나는 휴가 일정과 아내와 아이들의 의지를 감안해서 8일의 일정으로 계획했고 남은 며칠을 가족들과 상의해서 프랑스 파리 여행에 할당하기로 했다.

샤모니(Chamonix)로 떠나다

여담. Les Houches를 한글로는 레우슈로 표기를 하는데 실제 발음은 레우슈보다는 레주슈가 맞지 않나 싶다. 불어를 조금도 모르는 입장이지만 H는 묵음이고 Les와 연음되어 레주슈가 아닌지…… les hommes(the men)를 레좀므라고 하듯이. 하지만 워낙 많은 이들이 Les Houches는 레우슈로 표기를 하고 있기에 레우슈로 하도록 하자.

실제로 레우슈에 가보니 TMB트레킹을 시작하는 관문임을 상징하는 문이 있고 문 옆에는 TMB트레킹 지도가 부착되어 있다. 그래서 TMB트레킹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TMB트레킹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TMB의 시작점을 묻는다면 레우슈에서 시작하라고 하면 적절한 답변이 될 것이다.

어쨌든 TMB를 “시작”하기 위해 한국의 우리집에서 레우슈까지 이동해야 한다. 레우슈는 바로 옆 동네 샤모니에서 접근해야 하고 샤모니를 가기 위한 가장 인접한 공항이 바로 스위스의 제네바 공항이다.

인천-두바이 경유-제네바 : 에미레이트 항공 비행 경로와 일정.

인천-두바이 경유-제네바 : 에미레이트 항공 비행 경로와 일정.

7월 17일 두바이 경유, 제네바행 비행기를 탔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 후로는 유럽행 항공편이 중동을 경유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경우 북쪽의 암스테르담까지 간 뒤 공동운항하는 네덜란드 항공편으로 갈아타서 제네바로 오는 비행편이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제네바에 늦은 밤에 도착한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두바이 경유, 제네바 비행편은 도착하는 시간이 낮시간이어서 좋다. 두바이 경유 시간이 현지 새벽시간으로 3~4시간 정도 대기를 해야 하지만 공항 라운지(https://theloungemembers.com/renew/)를 이용하면 라운지에서 샤워도 할 수 있고 무료 와이파이에 음식까지 즐기며 편하게 있을 수 있다. 전세계 라운지를 1년에 2번 정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제휴신용카드 등으로 이용하거나 사전 구매해서 이용하면 된다.

경유지인 두바이에서 대기시간이 4시간 55분이다 보니 이번에는 두바이 라운지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아내와 내가 무료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제휴카드를 이용하고 아이들은 다인권(2인 77,600원)을 구매해서 사용했다.
(C13게이트 근처 알란라운지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youtube.com/shorts/z09uxYVvLeQ

두바이를 경유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은 수년간 애용해왔고 만족스러웠는데 이용 시점상 7월 여름 성수기는 처음이었다. 두바이에서 비행 출발 지연으로 하마터면 이미 예약 결제해 두었던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행 버스를 놓칠 뻔 했다. 매년 9월에 비행 이동을 하다 보니 생각을 못했는데 7월 성수기의 두바이는 정말로 혼잡했다. 경유지 두바이에서 비행기 탑승 시간도 늦었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도 길었고 심지어 트래픽이 생기기도 했다. 비행기 탑승 후에도 비행 이륙이 밀려서인지 택시 웨이에서 한참동안 서 있기도 했다. 그래서 1시간이나 이륙 시간이 늦어졌다.

7월 18일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행 플릭스 버스 출발 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었다. 제네바 공항 착륙이 원래대로라면 오후 1시 15분. 즉, 일정대로라면 1시간 15분의 시간이 남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바이에서 1시간의 이륙 지연으로 결과적으로 제네바 착륙이 오후 1시 50분이었다. 버스 출발시간까지 약 40분이 남은 상황인데 비행기에서 나가는 시간, 출국 수속, 짐찾기를 하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애초에 이륙이 늦어졌을 때 승무원에게 비행 지연으로 버스를 놓칠 경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공항 항공사 사무실로 가서 클레임을 얘기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왕 늦은 것, 마음을 좀 느긋하게 먹고 에미레이트 항공 사무실을 찾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배낭을 챙기니, 뒷좌석에 있던 아주머니 그룹 중 한 분이 말을 걸며 행선지를 물었다. 샤모니와 뚜르 드 몽블랑을 얘기했더니 반가워하며 본인은 3번이나 TMB를 완주했고 샤모니는 이번이 11번째 방문이라며 그 짧은 시간에 TMB에 대한 얘기들을 늘어 놓았다. 가족 트레킹으로 온 우리를 보며 놀라워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가족이 TMB 트레킹을 하려는 것은 3번이나 TMB완주를 하신 분께도 놀라운 것인가 보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었는데 친구분들을 이끌고 샤모니 여행을 오신 걸 보니 아마도 나처럼 알프스의 매력에 단단히 꽂히신 분인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보다 10분 빠른) 오후 2시 20분 버스라면서 이미 버스 놓친 것을 기정사실화하신 듯, 항공사 사무실에 지연 클레임을 얘기할 때 자기네들 사정도 같이 얘기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제네바 공항에서 플릭스 버스 타기

그런데 우리가족의 버스 시간은 뭔가 마지노선 같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우린 뛰었다. 그러자 아주머니 그룹도 우리를 따라 뛰었다. 출국 수속 대기줄에 섰을 때 오후 2시 1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출국 수속이 끝나자마자 수하물 찾는 곳으로 다시 뛰었다. 2시 2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버스 출발까지 10분 정도 남은 상황, 초조한데 짐이 안나온다. 이번엔 배낭으로만 하는 여행이기에 모두들 배낭을 맨 채로 트렁크없이 쉽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내 배낭만 기내반입이 되지 않는 사이즈의 55리터 백팩이어서 위탁수하물로 짐을 찾아야 했다. 2시 21분, 22분, 23분, ……, 27분 짐이 안나온다. 2시 28분에 짐이 나왔다. 버스 출발 2분 남은 상황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비닐 랩핑을 한 탓에 배낭이 마치 미이라처럼 비닐로 꽁꽁 싸매져 있었는데 그걸 풀 새도 없이 비닐 래핑으로 꽁꽁 싸매진 배낭을 들쳐 안고 공항 출구로 무작정 뛰었다. 샤모니에 11번째 가는 중이라는 아주머니께서 이런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고 “3번 출구로 나가세요”라고 소리치는데 정말 고마웠다. 10kg이 넘는 배낭을 들고 뛰자니 정말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날렵하게 앞서 뛰는 것을 보고 초록색 버스를 잡으라고 일러두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초록색 플릭스(Flix) 버스가 있다! ㅎㅎㅎ
헐떡이는 우리 가족을 보더니 운전기사가 safe라며 웃어보였다. 버스 짐칸에 미이라 배낭을 헐떡거리며 집어 넣는 내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다른 여성 승객이 깔깔웃었다. 오후 2시 30분에 버스 짐칸에 배낭을 실었다.

샤모니행 플릭스 버스
오후 2시 30분 출발하는 샤모니행 플릭스 버스. 오후 2시 30분에 겨우 도착해서 탑승 완료.

휴가 시즌이어서인지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 가는 버스는 여러 노선 버스들이 있는데 우리는 플릭스(Flix) 버스로 약 석달전에 예약을 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좌석이 비어 있었는데 역시 휴가 시즌은 맞나 보다. 플릭스 버스의 경우 돈을 조금 더 내면 원하는 좌석 지정을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맨 앞자리석을 예약 확보해서 샤모니로 가는 알프스 풍경을 버스 유리 전면을 통해 보면서 갈 수 있었다. 이른바 파노라마석.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 가는 버스 정보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109

플릭스 버스
플릭스 버스 맨 앞좌석 조망(파노라마석)
제네바공항 샤모니 버스 노선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까지 가는 버스 경로(자동차 경로도 같음) : 104km 약 1시간 30분 소요

공항에서 샤모니를 가는 경로는 일반 승용차나 이 버스 노선이나 동일하다. 2019년 렌트카를 이용해 스위스 북쪽에서 샤모니를 갈 때 정확히 저 경로로 갔었다. 위 지형을 보면 알겠지만 제네바에서 샤모니 가는 길은 알프스 산맥의 겹겹으로 둘러 쌓인 고산을 감안하면 유일하다. 안시(Annecy)는 정남쪽에 위치해 있어 A41번, 샤모니는 동남쪽에 있으며 A40번 도로를 타고 간다.

버스는 살랑슈(Sallanches) 역에 한 번 잠깐 정차를 하고 다시 출발했다. 몽블랑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버스 전면 유리창으로 펼쳐지는 몽블랑의 자태가 벌써부터 마음을 들뜨게 했다.

제네바에서 샤모니 가는 버스에서
샬랑슈 역을 지나 펼쳐지는 몽블랑 산군.
제네바에서 샤모니 가는 버스에서
버스에서 보는 몽블랑.
플릭스 버스에서 바라 본 에귀디미디
샤모니에 이르러서 버스 우측창으로 바라 본 에귀디미디(Aiguille du Midi).

샤모니 수드 정류장 도착

어느새 버스는 샤모니에 도착했다. 제네바 공항 출발 1시간 29분만이다. 샤모니 수드(Chamonix Sud) 버스 정류장에 내리게 되는데, 수드는 불어로 남쪽이라는 의미로 말하자면 샤모니 남부터미널 정도 되겠다. 정류장의 남쪽으로 에귀디미디, 북쪽으로 브레방(Le Brevent) 전망대가 보인다. 5년만에 다시 왔는데 풍경들이 익숙하고 감회가 새롭다.

버스에 내려서야 비로소 비닐 랩핑된 배낭을 길바닥에 세워 놓고 비닐을 뜯었다. 각자 배낭들을 정비하고 도보로 약 7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캠핑장, 캠핑 레 아롤(Camping Les Arolless)로 향했다. 사전 예약이 안되는 곳으로, 우리는 만약 이곳이 만석이라면 레우슈의 벨뷰 캠핑장으로 갈 요량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캠핑장쪽으로 향하면 이내 캠핑장으로 진입하는 골목길이 나오는데 정면에 백색의 몽블랑이 딱 펼쳐지는 것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측으로는 플랑프라(Plan Praz), 브레방 전망대가 보인다.

Camping les Arolles 으로 가는 길
Camping les Arolles 으로 가는 길.
Camping les Arolles 으로 가는 길
Camping les Arolles 으로 가는 길.

아롤 캠핑장(Camping les Arolles)

아롤 캠핑장에 도착했다. 사무실이란 의미 뷔로(Bureau)로 씌여 있는 작은 건물이 나온다. 리셉션이다. 리셉션 사무실은 의자 하나에 사람이 앉으면 전부일 정도로 작은 공간이었다. 여주인은 인적, 텐트 크기 등을 확인하고 우리에게 피칭할 사이트를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4인+텐트1동 = 39.9유로)

Camping les Arolles
Camping les Arolles 리셉션 – 샤워실, 화장실, 세면대, 개수대, 콘센트 등을 갖춘 시설동.

캠핑카들은 나름 독립적인 자리를 배정받는 것 같은데 텐트 캠퍼들은 정해진 캠프 그라운드에 모여 1~2m의 간격을 두고 적당한 자리를 잡아 텐트 피칭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텐트 피칭 공간은 2구역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리셉션 바로 뒷 편에,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면 아래쪽으로 넓은 피칭 구역이 나온다. 우리는 시설 이용이 용이한 리셉션 바로 뒷 편에 피칭을 했다. 바로 앞으로, 또는 뒤로 몽블랑이 펼쳐져 있는 모습 그 하나로 끝장이다!

아롤 캠핑장
몽블랑이 보이는 캠핑 레 아롤에서 텐트를 피칭한 모습(2024-07-18)

샤모니 도심에 있는 캠핑장 치고는 시설과 인프라가 좋은 캠핑장은 아니었다. 신용카드 결제가 안되었고 오로지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전기는 각 사이트에서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리셉션과 한 건물인 시설동 벽에 붙어 있는 멀티탭을 이용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새벽 시간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짧은 1박 2일 동안 휴대폰 충전할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샤워장,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고 별도의 세탁기, 건조기는 없다. 필요하면 손빨래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캠핑장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TMB 트레커들이나 샤모니 여행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접근성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샤모니 수드 정류장에서 도보 7분 거리다 보니 타지에서 샤모니에 왔을 때 곧바로 체크인이 가능하고, 레우슈에서 시작하는 TMB 트레킹을 하는 경우 가까운 샤모니 수드 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고 레우슈로 갈 수 있다.

추억의 샤모니

짐을 풀고 우리는 샤모니 시내로 나갔다. 캠핑장에서 먹을 먹거리를 좀 산 뒤, 5년전에 에귀디미디에 다녀와서 햄버거 가게 포코로코로 가면서 브레방 전망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장소에서 추억의 사진을 한 번 다시 찍어 보았다. 추억이다. 추억은 흔적, 기억, 향수…

2019 Chamonix vs 2024 Chamonix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먹은 건 결국 인천공항 편의점에서 산 신라면 컵라면 뿐이었다. 비행기에서 많이 먹은 것도 있고 오랜 비행, 버스 여정으로 인한 피곤함 때문인지 크게 식욕이 당기진 않았다.

TMB에서 만난 사람들 1

캠핑장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거는데 한국인 아저씨다. 우리는 여행 첫날을 이곳에서 지내는데 그 분은 여행의 마지막날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 분도 TMB 트레커였고 오늘에야 마지막 일정 락블랑 트레킹을 완료하고 왔다는 것이다. 그도 레우슈에서 시작했으며 샤모니에서 레우슈까지의 여정은 생략했다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계획한 TMB 일정과 정확히 일치하는 스케줄을 소화했다. TMB의 표준 트레킹 일정이라고 하면 Kev Reynolds의 TMB 가이드 북 “Trekking the Tour du Mont Blanc”에서 소개하는 11일이 일반적이다. 나는 8일로 계획을 했는데 그도 정확히 내가 짠 경로와 일정이 동일한 8일을 계획하고 온 것이었다.

우리 가족의 TMB 트레킹 계획을 얘기하니 믿기 어렵다는 듯이, 매우 힘든 여정이라며 걱정 어린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음… TMB를 위해 이미 한국에서 머나먼 프랑스 샤모니까지 온 우리에게 온갖 우려의 말들만 쏟아내니 뭐라 대꾸를 해주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TMB를 위해서 두달전에 설악산 공룡능선 가족산행을 했었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아!” 외마디 감탄사와 더 이상 걱정어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피부는 새까맣게 타 있었다. 팔은 물론, 양말에 가려진 발목 아래와 햇빛에 노출되어온 종아리, 허벅지 피부색은 극명하게 대비가 되었다. 썬크림도 소용없다면서 잘 가리고 다니라는 말들… “네, 저희는 팔토시와 긴바지도 준비했습니다.” 마지막 여정인 락블랑이 가장 힘들었었다면서 단순한 둘레길 정도로 생각하고 왔다가 큰코 다치고 간다며 계속 겁을 주었다. 락블랑이 힘들었다는 것은 8일의 여정으로 짜면 당연하다. 7일째에 스위스의 르 퓨티(Le Peuty) 캠핑장에서 시작해 발므 산장(Refuge du Col de Balme)까지 치고 오른 뒤 다시 르 뚜르(Le Tour), 몽록(Montroc)까지 내려온 후 락블랑까지 다시 올라야 하는데 무거운 배낭을 매고 이 코스를 한다면 정말 힘들 것이다. 그에게 배낭 무게를 몇 kg으로 맞추었냐고 물었다. 15kg이란다. 와우! 그 분의 텐트를 보니 1~2인용 소형텐트이던데 15kg이면 장거리 트레킹에선 상당히 무겁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는 사진 촬영을 위해 평소에 산에 많이 다닌다고 했다. TMB트레킹도 사진 촬영 목적의 이유가 크다고 말하며 수천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강조를 했다. 나중에 텐트 앞에 세워져 있었던 내 삼각대를 보고 삼각대까지 가져왔냐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디어 시작되는 TMB 여정

나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 배낭, 아내, 첫째, 둘째의 배낭에 각각 음식물을 빼고 12, 9, 8, 6kg 정도로 맞추었다. 상상해보면 내가 짠 계획이라서 나는 일별로 남은 여정을 머리속에 계산하며 버텨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 것도 모르는 수준인 아내와 아이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내일 부딪혀보면 알겠지.

드디어 시작되는 가족 TMB 트레킹 여정이 내일 시작된다.

(다음 이야기 : 레우슈에서 트리코 고개, 캠핑 르 퐁테)
https://kimsunho.com/2024-tmb-02-leshouches-campinglepontet/

*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

You may also like...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