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 드 몽블랑 가족트레킹

뚜르 드 몽블랑(TMB) 가족 트레킹(3) – 캠핑 르 퐁테, 발므 산장, 본옴므 고개

2024년 7월 20일 – TMB 가족 트레킹 2일차.
새벽에는 13도까지 떨어졌다. 새벽녘 텐트 전실의 온도는 17도였다.

캠핑 르 퐁테
아침이 밝았다. 실내외 기온차에 의한 결로로 텐트가 처져 있다. 말릴 새 없이 패킹하고 나서야 오늘의 목적지까지 원활하게 다다를 수 있다.

(이전 이야기 – 아래 링크)
https://kimsunho.com/2024-tmb-02-leshouches-campinglepontet/

퐁테 캠핑장 – 노틀담 성당 – 로마 다리 – 낭보랑 산장 – 발므 산장

뚜르 드 몽블랑 가족트레킹 2일차. 분주해진다. 어제의 기억으로 보건대, 벨뷰 케이블카 이동 2km를 제외하면 약 13.6km를 걸었는데 모두들 힘들었다. 트리코 고개와 몽트뢱, 산을 2번 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결정적으로 평상시보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오늘의 트레킹 계획은 본옴므 고개(Col du Bonhomme), 그리고 푸르 고개(Col des Fours)를 넘어 모테 산장(Refuge des Mottets) 인근에서 와일드 캠핑을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거리가 무려 19km정도 된다는 것인데, 어제 걸은 13.6km에 넉다운되다시피 했던 가족들을 생각하면 아찔한 계획임이 자명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푸르 고개까지는 꾸준한 오르막길일 뿐이고 상승고도가 무려 약 1480m 나 된다는 것. 내 머리속에는 지도와 일정이 담겨 있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그저 나의 리드에 따를 뿐, 트레킹의 사전 정보에는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기에 현재까지는 ‘모르는 게 약’인 상태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걸어야하고 그래서 조금 더 힘들거다라고 계속 주입시켜 놓았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각오가 될 터이니…

TMB 2일차 경로
TMB 트레킹 2일차 경로 : 원래 계획인 모테산장에 이르지 못하고 푸르 고개를 넘어 와일드 캠핑을 했다.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누가 인사를 한다. 앗, 어제 그 총각이다. 어제 비오나세 구름다리를 지나 만나고 이 후 보질 못했는데 그도 이곳 퐁테 캠핑장에서 캠핑을 했던 것이다. 어제 오후 5시경에 캠핑장에 체크인을 했다고 하니 우리보다 거의 3시간 정도 앞질러 왔던 것이다. 그의 말인 즉, 앞뒤로 배낭을 매고 너무 힘들어서 캠핑장에서 쉬려고 거의 쉬지도 않고 속행으로 왔다는 것이다. 우리가족이 비오나세 구름다리를 건너고 처음 쉴 때 트레킹 루트에서 그를 만났고, 이 후로 우리 가족이 쉰 시간이 3시간 30여분이나 되었으니 이해가 되는 여정의 시간이었다. 그는 우리보고 오늘의 목적지를 물었다. 모테 산장 인근이 목적지였으나 19km의 거리와 우리의 운행 속도를 감안하면 아마도 거기까지 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갈 수 있을만큼이라고 했다. 우리는 또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졌지만 다시 볼 수는 없었다.

TMB. 캠핑 르 퐁테.
설영지에서 짐을 정리하고 이른 아침 얼굴 붓기가 가시기도 전에 출발할 채비를 마쳤다.

오늘도 젖은 텐트를 말릴 새 없이 걷고 출발 준비를 했다. 오늘도 배낭 무게가 만만찮다. 내 배낭은 무려 14.5kg이나 되었고 아내와 아이들의 배낭도 각각 7~9.5kg씩 되었다. 오전 8시 15분.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했다. 캠핑장의 남쪽문을 통해 나가서 좌측으로 이동하면 봉낭강을 건너게 된다. 개울과도 같은 봉낭강을 건너 이내 TMB 루트에 합류하였고 계곡길을 따라 2일차 TMB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뚜르 드 몽블랑 가족 트레킹 2일차
봉낭강을 우측에 두고 걷는다.
뚜르 드 몽블랑 이정표
캠핑장에서 약 1.6km 지점에서 보는 이정표. 낭보랑 산장, 발므 산장, 본옴므 산장이 각각 45분, 2시간, 5시간으로 표기되어 있다. 우리 가족이 걸린 실제 시간은 각각 1시간, 2시간 12분, 9시간 30분이 걸렸다. 경사가 가팔라지는 구간부터 축축 처진 셈이다.
뚜르 드 몽블랑 가족 트레킹 2일차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전 8시 45분.

30분 정도 평지 수준의 길을 걷다 보면 우측의 봉낭강 건너편 노틀담 성당(Notre Dame de la Gorge)을 지나치며 어느새 오르막이 시작된다. 마치 설악산 비선대까지 평지로 걷다가 천불동계곡의 경사로를 따라 고도를 올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오르막부터는 거북이가 되는 우리 가족을 제치며 등장하는 수 많은 하이커들, 특히 트레일 러너들이 속속 나타났다.

uTMB
러닝 베스트를 입고 속보로 오르막을 걷는 사람들. 이들은 평지에선 뛴다.

※ uTMB (ultra-Trail du Mont Blanc 울트라 트레일 뒤 몽블랑)

몽블랑을 뛰는 사람들을 위한 uTMB라는 것이 있다. ultra-Trail du Mont Blanc의 약자로 TMB(Tour du Mont Blanc)를 기반으로 한 170km 트레일 러닝 대회다. 세계 각지에서 온 트레일 러너들이 도전하는 2003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트레일 러닝 커뮤니티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기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그냥 걸어도 힘든데, 대다수는 뛰며 올해 우승한 선수의 기록은 19시간 37분 43초다. 우리나라 최고 기록은 25시간 17분 51초라고 한다. 실로 어마무시한 속도다.

uTMB는 아무나 참석할 수는 없고 uTMB 인덱스라 불리는 포인트를 사전에 획득한 후에야 참가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러너들의 실력을 객관화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포인트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uTMB 인덱스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대회들을 열고 있다.

  1. 울트라 트레일 제주(Ultra Trail Jeju) : 제주도에서 매년 4월경에 50km, 100km, 100miles 등의 코스가 있다.
  2.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 매년 6월경에 정선, 태백으로 연결되는 운탄고도길을 달린다.
  3. 다이나핏 태백 트레일 대회
  4. 장수 트레일레이스 : 전북 장수에서 매년 9월 개최.

로마다리(Pont Romain)

1시간이 채 안되었을 때 벤치에 앉아 쉬어 숨을 고르며 초콜렛 한조각씩 베어 물었다.
그리고 10분 정도 걸으면 로마다리(Pont Romain)에 이른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벌써 1425미터를 가리키고 있다. 고대 로마 시대에 지어진 다리라는 것인데 갈리아 원정길의 경로였나 보다. 그렇다면 고대 로마인들도 본옴므 고개를 반대로 넘어 이곳까지 왔었나 보다. 로마다리 옆으로 울창한 침엽수들 사이로 계곡물(봉낭강) 소리를 따라가보면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지는 계곡수가 휘몰아치며 흐르는 게 장관이다.

뚜르 드 몽블랑 봉낭강
로마다리 인근에서 본 파워풀한 계곡물. 봉낭강을 이룬다.

오전 9시 47분. 20여분을 또 지나니 낭보랑 산장(Refuge de Nant Borrant 1459m)에 이르렀다.

뚜르 드 몽블랑 낭보랑 산장
낭보랑 산장
뚜르 드 몽블랑 몽졸리
낭보랑 산장을 지나 천천히 고도를 올린다. 뒤돌아보면 뒤로 몽졸리(Mont Joly 2525m)가 뒤를 받치고 있다.

페나즈 봉(Aiguilles de la Pennaz)

고도를 천천히 오르며 걷는다. 로마다리를 건넌뒤로는 봉낭강을 왼편에 두고 걷게 된다. 낭보랑 산장에서 10여분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은 비박지로 지정된 곳으로 가는 길이다. 곧장 앞으로 직진하면 된다. 이곳부터는 골짜기 내 평지길인데 앞쪽 멀리는 페나즈 봉(Aiguilles de la Pennaz)이 우뚝 솟아 있고 발므 산장에 다다를때까지 이 멋진 봉우리를 보며 걷게 된다.

뚜르 드 몽블랑 페나즈봉
페나즈 봉과 그 아래 발므 산장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이 구간의 길은 평탄한 수준이나 뜨거운 태양빛 아래 열기와 자외선 노출에 유의해야 한다.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왼쪽 산아래, 아침에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가 정겨워 보인다.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낭보랑 산장을 지나와 뒤돌아 본 길. 우측 능선을 따라 올라가보면 돔 드 미아지Dômes de Miage 로 이어진다. 왼쪽 아득히 멀리 보이는 바위산은 전날 벨뷰 케이블카 하차 후 보았던 푸앙트 당테른Pointe d’Anterne(2733m)이다. 벨뷰에서 따져보자면 꽤 멀리 왔음에도 이곳에서 보이는 뷰가 신기하기도 했다.

계곡 분지에 펼쳐진 초원의 중앙에 뻗은 평평한 길은 쉬운 길이다. 하지만 나무 한그루 없는 길인지라 맑은 날에는 온전한 뙤약볕 아래에서 걸어야 한다.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를 위해 모자와 선글라스, 팔토시 등은 필수다. 약 35분여를 이렇게 걷는데 기온이 금새 올랐다. 오전 11시가 채 안된 시간에 기온은 33도까지 오르는데, 그늘로 이동하면 약 4도 정도 떨어진 29도를 가리킨다. 햇살은 뜨겁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습한 기운은 없어서 후덥지근함 같은 느낌은 없다.

뚜르 드 몽블랑 페나즈봉
페나즈봉을 앞에 두고 계속 걷는 길

페나즈봉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 위압감이 점점 크게 느껴졌다. 우측으로 뻗어 있는 암릉을 보고 있자니 마치 공룡능선의 신선대와 울산바위가 합쳐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페나즈봉 아래 발므 산장에 손에 잡힐 듯 보였지만 마을 임도길 같은 이 길이 꽤나 길었다. 해가 머리위로 내리쬐었지만 쾌청한 날씨인 게 참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맑은 날 알프스 한복판에서 주변을 돌아보는 맛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만큼 짜릿함을 선사한다.

뚜르 드 몽블랑 샘터
통나무 수조가 있는 샘터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샘터에 있는 벤치에서 잠시 휴식

갈림길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샘물을 받아내는 통나무 수조와 벤치 쉼터가 나온다(10시 24분). TMB 길에서 이런 형태의 물보급지가 많이 있다. 긴 여정에 물은 생명수와도 같은데 TMB에서 물보급은 용이한 편이다. 거대한 산군을 지나다보면 곳곳에 흐르는 계곡수를 만나게 된다. 정수 필터를 이용해 물을 담아 두었다. 버프와 팔토시에 물을 축이니 청량감이 극대화되었다.

뚜르 드 몽블랑 소떼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들을 찍느라 둘째가 걸음을 멈췄다.

10시 40분.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숲길이 잠시 시작되었다. 길 가장자리에 높은 나무들이 있어 잠시 그늘속에서 걸을 수 있었다. 햇빛속에서는 33도를 가리키는데 그늘로 들어가면 29도다. 양달과 응달의 기온차가 무려 4도나 되며 그늘에서는 체감적으로 상대적 시원함을 느낀다. 발므산장까지 천천히 고도를 높인다.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지나온 길. 나무 그늘이 듬성 듬성 생기기 시작해서 뜨거운 햇살을 좀 완화시켜 주었다. 맨 뒤에 보이는 바위산은 푸앙트 당테른Pointe d’Anterne(2733m)

발므 산장(Refuge de la Balme)

10시 57분. 발므 산장에 도착했다. 해발고도는 1706m를 가리키고 있으며 설악산 대청봉(1708m) 높이다. 대청봉 고도이지만 탁트인 정상에서 사방의 바람으로부터 직격을 맞는 대청봉과는 달리 페나즈봉 아래 골에 자리한 발므 산장은 포근한 느낌이었다. 병풍처럼 서 있는 2684m의 페나즈봉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압도적인 위용을 뽐낸다.

뚜르 드 몽블랑 발므 산장
페나즈봉 아래 발므 산장

발므 산장에 도착한 우리는 벌써 지쳤다. 적어도 나는 지쳤다. 이동 거리는 5.8km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무엇보다 무거운 배낭(내 배낭의 경우 14kg)이 한몫했다. 험한 길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힘들다고 느끼는 주요한 원인은 확실히 배낭 무게가 맞는 듯 했다.
전 날 아침 일찍 샤모니 레아롤 캠핑장에서 결로로 젖은 텐트를 말릴새 없이 물을 머금은 텐트를 종일 매고 다닌 것이 계속 아쉬웠었다. 배낭에서 곧바로 텐트와 그라운드시트를 꺼내어 길가 풀밭에 펼쳤다.

발므 산장의 요리는 점심시간에만 주문이 가능했다. 12시에서 오후 2시 30분까지다. 그 외 시간에는 디저트와 음료 정도만 주문할 수 있다. 요리를 위해 1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어서 블루베리 파이, 라즈베리 파이와 음료를 주문했다. 오후 내내 걸어야하기에 좀 더 든든히 먹고 싶었지만 막상 달콤한 파이 한접시씩 먹으니 배가 불렀다.

뚜르 드 몽블랑 발므 산장
발므 산장의 라즈베리, 블루베리 파이와 음료. 파이 한조각이 9유로x4, 스프라이트 1캔이 4유로x2, Canaille Spirit 1병이 6유로x2, 이게 총 56유로다. 산장은 대부분 현금 결제만 되며 우대환율로 환전을 해왔음에도 파리 올림픽 시즌 등과 맞물려 환율이 엄청나게 높을 때여서 참 비싸기도 했다. 우리돈으로 약 84,128원(1유로에 1502.29원)

달달한 파이와 음료를 먹고 조금 쉬고 있자니 둘째가 피곤했는지 테이블에 엎드려 잠시 잠을 청했다. 발므 산장 뒤로 병풍과 같이 우뚝 솟아 있는 페나즈봉에 이어진 바위산들이 웅장하다.

뚜르 드 몽블랑 발므 산장
발므 산장 테이블에서 잠시 잠을 청한 둘째

발므 산장에서는 음용 가능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산장 건물 뒷편에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받을 수 있고 산장 밖 외부 화장실 옆에 시원한 샘물을 받을 수도 있다.

발므 산장 – 본옴므 고개

말린 텐트와 그라운드시트를 개어 배낭에 다시 챙기고 다시 출발했다. 젖은 텐트를 말리면 500g 정도는 무게가 줄어든다. 발므 산장까지 완만하게 올라왔다면 발므 산장부터는 조금 더 급격하게 고도를 높이며 오르게 된다. 말하자면 좀 더 힘들어진다.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발므 산장에서 출발하면 이내 두 방향의 이정표를 보게 된다. 왼쪽은 조베 호수(Lacs Jovet), 본옴므 고개(Col du Bonhomme) 방향이다. 조베 호수는 가다가 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올라야 하며 TMB 정규 루트에서 벗어난다. 오른쪽은 페나즈봉에서 이어지는 시클르 고개(Col de la Cicle), 페네트르 고개(Col de la Fenêtre) 방향이다.

TMB 첫 날의 여정과 둘째 날의 여정은 다음과 같았다. 오후 12시 20분, 퐁테 캠핑장에서 약 5.9km 지점. 위 두 이정표가 있는 지점이 아래 지도상 “현위치”로 표시된 지점이다. 페나즈 봉 우측으로 이어진 바위산을 넘을 수 있는 2군데의 고개(Col)가 있다. 시클르 고개와 페네트르 고개다. 두 고개로 가는 길은 중간에 갈라져 나뉘며 페네트르 고개를 넘어 우측으로 진행하면 졸리 고개에 이르게 된다. 졸리 고개는 전날 트리코 고개에서 우측으로 보였던, 그리고 레콩타민으로 하산할 때 보았던 바로 그 커다란 산, 몽졸리 능선과 이어진다. 이정표상으로 본옴므 고개는 2시간 15분(실제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3시간 28분이 걸렸다), 모테산장까지는 6시간 55분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TMB 2일차 경로
TMB 1일차(파란색), 2일차(빨간색) 진행 경로

좌측 본옴므 고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사가 조금 가팔라지니 힘든 것이 배가된다.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페나즈 봉을 향해 오르다 좌측으로 꺾어 페나즈 봉을 우측에 두고 진행하게 된다

한참을 올라서서 뒤를 돌아 보니 지나온 길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발므 산장이 어느덧 아득히 보인다. 산장을 지나 우리가 지나온 길을 따라 줄줄이 오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처럼 보였다.
길 좌측 한켠에 살짝 솟은 언덕에 오르니 조망이 좀 더 좋았다. 숨 좀 고를겸 사진 한장 찍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진행방향 우측으로는 페나즈봉, 좌로는 몽똥듀(Mont Tondu)와 벨라발봉(Têtes des Bellaval)이 위압적으로 버티고 있으며 그 사이 골은 또 광활해서 풍광이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지나온 길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 – 광활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장쾌함이 사진으로는 담아낼 수는 없었다. 발므 산장 지붕이 살짝 보인다.
뚜르 드 몽블랑 몽똥듀
좌측(동쪽) 풍광 – 좌측 봉우리가 몽똥듀(Mont Tondu), 우측 봉우리는 벨라발봉(Têtes des Bellaval)이다.

사진찍은 곳에서 진행방향 좌로는 계곡물이 흐르는 깊은 골짜기가 있다. 조베 호수에서 흐르는 물로 봉낭강의 원류다. 조금 더 오르면 다행스럽게도 잠시 평탄한 길이 나온다. 우측의 거대한 페나즈봉 바로 아래에서 걷게 되며 정면에는 몽똥듀, 벨라봉, 북푸르봉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군이 병풍처럼 서 있다. 사부아(Savoie)주와 오트 사부아(Haute-Savoie)주를 가르는 능선이다. 페나즈봉을 우측에 끼고 정면의 병풍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본옴므 고개로 향하게 된다.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벨라발봉(사진 밖 좌측) 우측으로 이어진 능선 – 이 능선은 북 푸르 봉(사진의 전면에 보이는 봉)으로 이어지며 그 너머에는 오늘 우리가 넘을 푸르 고개가 있다.

조베 호수(Lacs Jovet) 갈림길

조베 호수 갈림길
오후 1시 31분. 조베 호수 갈림길 – 좌측으로 가면 조베 호수로 갈 수 있다. 본옴므 고개는 계속 가다가 우측 방향으로 진행한다.
조베 호수 가는 길
조베 호수 가는 길
페나즈 봉
바로 앞에 우뚝 선 페나즈 봉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페나즈 봉 아래 후미조가 뒤따르고 있다.
TMB 2일차
지나온 길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오후 1시 45분. 뒤에 보이는 악마의 뿔처럼 보이는 우측 능선 아래가 본옴므 고개다. 사진상 좌로 돌아 골짜기를 올라야 한다. 땡볕 아래 기온은 33도였다.
TMB 2일차 가족 트레킹
후미조가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다. 맨 뒤에 보이는 푸릇한 산은 몽졸리다.
TMB 2일차 페나즈봉
시시각각 이동하면서 달라지는 페나즈봉의 위용이 질리지 않는다.
TMB 2일차 가족 트레킹
둘째가 앉아서 후미조를 기다린다.
TMB 2일차 가족 트레킹
오후 2시 4분. 본옴므 고개길에 있는 돌무덤 – Tumulus Plan des Dames. 해발 2043m. 끔찍한 폭풍우로 목숨을 잃은 영국 여성 산악인의 무덤이라고 한다. 이 고요한 평원같은 곳에 끔찍한 폭풍우라면 어떠할지 상상이 안된다.

우리는 돌무덤 우측 옆의 언덕으로 올라서서 잠시 숨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동쪽의 몽똥듀(Mont Tondu), 벨라발봉(Têtes des Bellaval)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서쪽은 페나즈봉, 남쪽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본옴므 고개, 북쪽이 우리가 지나온 길이다. 360도로 펼쳐진 탁트인 풍광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TMB 2일차 가족트레킹
몽똥듀를 배경으로 – 2000m가 넘는 고지대의 풀은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인지 딱딱하고 매우 까칠까칠하다.

오후 2시 9분. 이 때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이 천둥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주위를 둘러 보니 동쪽, 즉 벨라발봉 우측 능선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바위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벨라발 봉우리 산사태
산사태가 나는 현장

본옴므 고개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손에 닿을 거리처럼 눈앞에 고개가 보이지만 실제론 가도가도 제자리에 있는 것 마냥 먼거리다. 산 사이로 빼꼼히 보이곤 했던 ‘악마의 뿔’이 바로 앞에 보였다.

본옴므 고개를 향해… 고개가 이제 시야에 들어온다.

오후 2시 34분. 본옴므 고개 아래 급격히 오르기 직전 개울앞에 앉아 다시 휴식을 취했다. 개울물을 정수필터용기에 담아 물을 보충했다. 냉장고에서 꺼낸 물처럼 시원했다. 이 개울은 바로 위 빙하에서 흐르는 것으로 봉낭강의 원류가 된다.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아래
본옴므 고개 아래 개울가에서
카타딘 비프리
정수 필터 Katadyn BeFree 에 빙하수 개울을 여과해서 수통에 담았다.
뚜르 드 몽블랑 가족트레킹 2일차
둘째
뚜르 드 몽블랑 가족트레킹 2일차
엄마와 뒤늦게 도착하고 있는 첫째

물과 간식을 간단히 먹고 다시 출발했다. 여기서 보면 본옴므 고개는 바로 코앞이다. 그런데 오를 수록 고개는 다시 멀어지고 가파른 경사길이 굽이굽이 나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본옴므 고개를 향해 막바지 오르막을 올랐다.
뚜르 드 몽블랑 몽똥듀
뒤돌아 본 길. 후미조 우측 뒤로 몽똥듀가 우뚝 솟아 있다.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오후 2시 57분. 본옴므 고개가 코앞에 있는 듯 하다 – 우측에 보이는 고개. 빙하가 있는 주변을 지날 때는 골바람이 솔솔 불어오더니 기온은 22도로 떨어졌다.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다시 뒤돌아 본 길. 압도적인 풍광이다. 몽똥듀, 벨라발봉 능선.
뚜르 드 몽블랑 2일차
악마의 뿔은 어느새 진행방향 좌측까지 다가와 있다.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오르면 오를수록 더 올라야 할 것 같은 길이 계속된다.
뚜르 드 몽블랑 몽똥듀 벨라발봉
다시 지나온 길
뚜르 드 몽블랑 가족트레킹 2일차
아내와 첫째가 멀리서 쫓아오고 있고 둘째는 여유롭게 바위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직전 몽 보라세이가 보이는 길목
이곳에선 언덕너머 전날 지나오면서 보았던 봉우리들까지 선명히 보였다 – 푸앙트 드 플라트, 푸앙트 당테른, 가운데 초록색 산이 몽 보라세이, 그 오른쪽 움푹 들어간 곳이 트리코 고개다.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본옴므 고개가 정말로 코앞이다 – 오른쪽
뚜르 드 몽블랑 가족트레킹 2일차
후미조가 그들이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ㅋㅋ – 그야말로 사진에 담지 못할 압도적 풍광이다.
페나즈봉의 남쪽
페나즈 봉의 남쪽으로 이어진 바위능선의 모습이다.
TMB 산악자전거
2300m가 넘는 산꼭대기까지 자전거를 끌고 온 라이더, 대단하다.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본옴므 고개가 정말로 눈앞에 있다. 그런데 저만큼 멀다 ㅎㅎ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드디어 본옴므 고개의 정상 이정표와 오두막이 보인다. 쥐어짜듯 몇 발자국을 옮겨 오른다.

본옴므 고개(Col du Bonhomme)

오후 3시 48분. 드디어 본옴므 고개에 도착했다. 해발 2329m.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본옴므 고개. 2329m.
뚜르 드 몽블랑 본옴므 고개
본옴므 고개에서 본 동쪽 – 본옴므 산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내내 보았던 ‘악마의 뿔’은 본옴므 고개에선 저렇게 사각 뿔 봉우리로 보였다.
뚜르 드 몽블랑 가족트레킹 본옴므 고개
본옴므 고개에서

고개 마루에서는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오두막 그늘 아래 있으면 서늘할 정도였다. 볕에 있으면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기온은 23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계속 – 아래 링크)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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