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 드 몽블랑(TMB) 가족 트레킹(6) – 기상악화로 모테산장에서 꾸르마예르 택시 워프
오전 11시 54분, 모테 산장을 출발한 택시는 계곡을 흐르는 개울을 두고 TMB 정규 트레킹 길의 건너편 길을 통해 글라시에 마을을 거쳐 레샤피유 마을로 향했다.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는 듯 했으나 말 그대로 빗방울 수준이었다.
(직전의 여정 후기는 아래 링크 참조)
택시 이동 : 모테산장 – 꾸르마예르


꾸르마예르의 하차 지점을 묻는 택시 기사에게 나는 좀 망설였다. 원래 오늘의 트레킹 계획이 세뉴 고개를 넘어 발베니(Val Veny) 계곡가의 에귀-누아르 캠핑장(Camping Aiguille-Noire)이었기 때문에 그 캠핑장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꾸르마예르 지역을 벗어나는 위치기 때문에 그러면 비용이 추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일(7월 22일) 예약이 되어 있던 그랑조라스 캠핑장(Camping Grandes Jorasses)으로 다시 얘길 했더니 그건 같은 가격에 가능한다고 한다. 꾸르마예르 시내에서 이 두 캠핑장은 비슷한 거리인데, 행정구역상의 구분으로 택시가 가늠하는 비용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에귀-누아르 캠핑장은 트레킹 경로를 지난 지점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랑조라스 캠핑장으로 가자고 주문했다.

부르 생 모리스
레샤피유 마을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오면 부르 생 모리스(Bourg-Saint-Maurice)를 거치게 된다(위 지도 참조). 모테산장부터 여기까지는 줄곧 내리막으로 고도를 약 800여미터까지 낮춘다. 여기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면서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급격한 지그재그길을 2번 정도 올라타 고지에 이른다. 단양의 보발재나 오색-한계령의 지그재그 길은 저리 가라다.

지그재그길을 넘어 오르면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라 로지에르(La Rosière) 마을에 이른다. 해발 1800m가 넘는 마을로 처음 출발한 모테 산장의 높이까지 다시 올라온 셈이다.
쁘띠 생-베르나르 고개
TMB 정규길로 갔으면 우리 가족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세뉴 고개를 넘고 있어야 하는데 택시로 넘고 있는 국경의 고개는 바로 쁘띠 생-베르나르 고개(Col du Petit Saint-Bernard 해발 2188m)다. 세뉴 고개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에 있다. 프랑스의 부르 생-모리스와 이탈리아의 라 투일(La Thuile)을 연결하는 고개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교역로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오후 1시 9분, 쁘띠 생-베르나르 고개를 지나면서 우리는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갔다.

이 고개를 지나며 보았던 풍광을 나중에 다시 곱씹으며 확인해 보니, 구름에 감싸여 있는 좌측의 산은 몽 우이(Mont Ouille 해발 3099m)로 지형으로 보면 세뉴 고개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푸앵트 르쇼(Pointe Lechaud 3128m)에서 정동쪽으로 뻗은 산맥이었다. 전날 저녁 푸르 고개를 넘으며 보았던 동쪽 산능선 중에 푸앵트 르쇼의 뒷편이 바로 지금 보고 있는 좌측 산인 것이다. 중앙에 보이는 것은 몽 베리오 블랑(Mont Berio Blanc 3252m)이다. 몽 우이와 몽 베리오 블랑 사이로 보였을 몽블랑은 구름에 가려져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 보이는 산맥은 몽 베리오 블랑에서 동쪽으로 뻗어 나와 다시 남쪽으로 뻗은 산맥으로 몽 벨라파체(Mont Bellaface)산이다. 몽 벨라파체는 남북으로 뻗은 산이고 3개의 봉우리가 있어 북쪽부터 몽 벨라파체 – 푼타 노르(Mont Bellaface – Punta Nord 2913m), 몽 벨라파체 – 푼타 첸트랄레(Mont Ballaface – Punta Centrale 2888m), 몽 벨라파체 – 푼타 수드(Mont Bellaface – Punta Sud 2706m) 봉우리들이 있다. 푼타는 이탈리아어로 봉우리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북봉, 중앙봉, 남봉이란 뜻이다.
라 투일

쁘띠 생-베르나르 고개를 넘어서는 이제 내리막으로 간다. 몽 벨라파체 – 푼타 수드의 남쪽을 지날 때 름에 휩싸인 산을 품고 있는 라 투일 마을이 위에서 내려다 보였다. 마을에서 다시 북쪽으로 향하면 이내 동북쪽으로 뻗은 터널이 나온다. 프레상디디에르(Pré-Saint-Didier) 지역의 이 골짜기 길을 15분 정도 지나면 짧은 터널을 6개 정도 지나치게 된다.
꾸르마예르
오후 1시 51분, 드디어 꾸르마예르(Courmayeur)에 도착했다. 합승객 3명을 꾸르마예르 버스터미널에 내려주고 우리는 그랑조라스 캠핑장까지 이동했다.
몽블랑 산기슭에 프랑스에서는 샤모니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꾸르마예르가 있다. TMB 루트상에서는 샤모니 다음으로 큰 도시다. 고도가 1200m가 넘는 관광도시로 이탈리아에서 보는 몽블랑(이탈리아어로 몬테 비앙코)을 생각한다면 바로 이 도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강(Po R.)의 지류 도라발테아강(Dora Baltea:160km)이 몽블랑의 고도 1400m지점에서 발원하여 도시를 관통해 흐른다. 쿠르마예르와 샤모니는 몽블랑 터널을 통해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랑조라스 캠핑장
오후 2시 5분, 드디어 그랑조라스 캠핑장에 도착했다. 모테 산장에서 택시를 타고 2시간 9분이 소요됐다(이동 거리 약 83km). 택시를 타지 않고 우중 산행이라도 했으면 지금쯤 세뉴 고개를 넘으려고 하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아니, 나혼자만의 트레킹이 아니라 가족 트레킹이니 세뉴 고개를 오르는 중턱 어딘가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을지 모른다. 아내는 상상도 하기 싫다며 우리의 선택이 100% 잘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이들도 거들었다. ㅎㅎ…
그래, 잘했다. 어차피 세뉴 고개를 넘었다 해도 비를 맞으며 콤발 삼거리에서 몬테 파브르 중턱을 오르지 않았을 것이고 발베니 계곡을 따라 곧장 에귀-누아르 캠핑장으로 향했을 것이다. 비구름에 풍광은 도화지가 되었을 것이고… 걷고 있는 그 길이 TMB인지 우리나라의 산자락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러느니 이렇게 택시 워프를 이용한 것은 신의 한수같다고나 할까? ㅎㅎ
캠핑장 주인에게 하루 먼저 도착했다고 하니 이해한다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2박 3일간 머무르기로 하고 텐트 피칭을 하고 나니 해가 떴다. 모든 것이 평온해지는 듯 했다.

꾸르마예르 둘러보기
텐트 피칭을 하고 우리는 꾸르마예르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편리하게도 시내로 가는 버스가 무료였다. 샤모니에서는 캠핑이나 숙박업소에 투숙을 한 경우에 무료 버스 티켓을 주는데 꾸르마예르는 아예 버스가 무료였다. 너무 편리하다.




우리는 인근의 식당(La Padella)으로 가서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었다. 각자 맥주, 커피, 음료를 마시며 파란만장했던 하루를 곱씹어 보았다. 2300m 고지에서 새벽녘에 천둥, 번개와 폭우, 소똥 마을, 다시 내리쳤던 천둥, 번개, 폭우… 모두들 고생 많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힘들어했었지만 지난 고생이 마치 훈장처럼 느껴지는 듯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과일 가게에 들러 둘러보았다. 2년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캠핑을 했을 때 납작복숭아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납작복숭아가 눈에 띄었다. 두 바구니를 샀는데 서너명의 직원 중 하나가 유난히 친근하게 말을 걸고 한중일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이라 하니 안녕하세요라고 말한다. 곤니치와, 니하오까지 한중일 인사법이 준비되어 있는 듯 했다. 거기에 더 나아가 굿바이를 굳이 한국어로 가르쳐달라고 하고 떠나는 우리에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서툰 한국말로 인사해주었다. ㅎㅎ.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행동이 또 다시 가게를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먹은 납작복숭아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다음날 베르토네 대피소를 거쳐 오를 몽드라삭스(Mont de la Saxe) 능선 하이킹을 위해 몇개를 남겨 놓기로 했다.
파란만장했던 하루를 곱씹어보며 내일 펼쳐질 몽드라삭스 능선 하이킹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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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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