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 발마광장

뚜르 드 몽블랑(TMB) 가족 트레킹(8) – 꾸르마예르에서 샤모니로 점프

아침에 눈을 뜨니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다. 원래 계획대로 그랑 페레 고개(Grand Col Ferret)를 넘어 라풀리(La Fouly)까지 트레킹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상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할 정도였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스위스 TMB 루트는 머릿속에서 지운 듯 했다. 라풀리까지 가려면 일찍 일어나 움직여야 하는데 도통 일어나지 않는다.

(이전 이야기)

TMB를 포기하자고? 아니,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2~3일 전 푸르고개를 넘고 나서 아내는 상상도 하지 못한 혹독한 산행 경험이었다면서 가족 모두를 이끌고 간 나에게 추켜세우듯 경이롭다는 어투로 던진 외마디는 “당신, 대단한 사람이구나!”였다. 그리고 푸르고개의 경험이 TMB 트레킹에서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했었기에 더 이상의 고단함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어필이 묻어 있는 어투였다.
게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모테 산장에서 꾸르마유르까지 택시를 탔을 때는 고됨에서 안락함을 맛보게 되면서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은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갖자는 달콤한 유혹으로 물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상 이 때부터 견고했던 나의 가족 TMB 8일의 완주(스위스 라풀리에서 샹페까지는 대중교통 이동으로 제외) 계획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 밀어부치지 말자.
아내에게 라풀리의 예약한 캠핑장(Camping des Glaciers)에 연락해 취소를 하겠다고 얘기하니,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잘하는 결정이라고 부추겼다.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배낭의 절대 무게가 어떻든 간에 가족 모두가 배낭이 무겁다고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짊어지고 온 것이 기적과도 같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내 입장에서는 14kg이 넘는 배낭외에도 가족들을 인솔하고 리드해 가야 하는 중압감이 더 크기도 했다.

라풀리의 글라시에 캠핑장 예약 취소

전체 TMB 여정을 세우면서 하필 2군데 예약했던 캠핑장 중 하나가 바로 라풀리의 글라시에 캠핑장이었다. 우선 캠핑장에 사정을 둘러대고 위약금을 물고라도 취소하겠다고 하니 메일을 보냈더니, 곧바로 회신이 왔는데 환불은 불가이며 대신 다음에 방문하면 비용을 제해주겠다고 한다.

어쨌든 라풀리까지 트레킹 후 트리앙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어제의 계획에 한 술 더 떠서 20km가 넘는 라풀리 트레킹 계획도 접고 샤모니로 곧장 가기로 했다. 샤모니로 가서 캠핑을 하며 즐기다 락블랑을 다녀오는 것으로 TMB 트레킹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결정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첫 이틀간의 정규 TMB 코스를 빡세게 걸으면서 아내와 아이들은 어쩌면 평생에 겪지 못할 혹독함과 동시에 경이로운 자연 풍광을 겪은터에다가 하이라이트라 꼽을 수 있는 몽드라삭스 능선까지 다녀왔으니 당시의 마음가짐으로는 이 후의 여정은 어쩌면 ‘노동’으로 느낄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니 모든 것들이 여유로워졌다. 천천히 일어나 어제는 신경쓰지 못했던 그랑조라스 캠핑장을 함께 둘러보았다. 파란 하늘에 바로 앞에 그랑조라스와 침봉들이 펼쳐져 있다. 경이로운 느낌이었다.

뚜르 드 몽블랑 그랑조라스 캠핑장
그랑조라스 캠핑장에서 본 그랑조라스
뚜르 드 몽블랑 그랑조라스 캠핑장
전날 해가 넘어간 뒤 캠핑장 쓰레기장에서 보았던 그랑조라스, 아침햇살속의 모습과 대조가 된다.
뚜르 드 몽블랑 그랑조라스 캠핑장
몽블랑과 좌측에 솟아 있는 에귀 노아르 드 퍼트레이(Aiguille Noire de Peuterey, 3773m)가 몽블랑 정상까지의 능선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

2박 3일간의 그랑조라스 캠핑장에서의 캠핑은 정말 멋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패킹을 한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다시 몽블랑이 보이는 곳으로 와서 보니 어제처럼 어느새 몽블랑 주변으로 구름이 휘감고 있다.(오전 10시 10분)

셔틀 버스를 타고 꾸르마유르 시내로 이동했다.

샤모니(Chamonix)로

꾸르마유르 버스터미널에서 샤모니 Sud 정류장 가는 버스는 2번 플랫폼에서 탑승한다. Arriva Italia 라는 업체에서 티켓을 판매하는데 여권을 요구했다. 11:45AM 버스편, 성인 2, 청소년 2에 60유로.

꾸르마예르에서 샤모니 버스 이동 경로(보라색)

샤모니와 꾸르마유르를 잇는 도로는 몽블랑의 중앙을 터널로 뚫은 몽블랑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이 터널은 에귀디미디 아래를 관통한다. 5년전인 2019년 가족과 함께 샤모니 여행을 왔을 때 Camping les Domes de Miage에서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탑승을 위해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주차장으로 오기 위해 구글맵에 에귀디미디만을 입력하고 운전해서 왔더니 바로 에귀디미디의 정중앙 아래인 터널 한복판으로 구글 네비게이션이 안내를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왕복 톨비만 9만원 이상 냈던 기억이 있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22.2km) 지나 샤모니 수드(Sud)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5일만에 다시 그 자리에 왔다.

몽블랑이 보이는 샤모니 수드(Sud) 버스 정류장

샤모니 Sud 정류장에서 2번 버스를 타고 레 바르데스(Les Vardesses) 정류장에서 내렸다(3.4km/10분 소요). 샤모니에서는 숙박객들에게는 무료 버스 티켓을 준다. 무료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표검사를 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얼마냐고 묻자 버스기사가 요금을 낼 거라 예상치 못했다는 듯 인당 2유로라고 말했다.

메르 드 글라스 캠핑장(Camping de la Mer de Glace)

레 바르데스 정류장에서 동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기차길 아래 굴다리를 지나 조금 걸으면 우리가 며칠간 묵을 캠핑장, Camping de la Mer de Glace가 나온다. 이틀 뒤 락블랑(Lac Blanc) 백패킹 트레킹을 감안해서 2박 3일 후 체크아웃하고 하루 지나 다시 1박 2일 체크인을 하겠다고 하니 주말쪽으로 갈수록 만석이 되어 그렇게 예약을 해주지는 않는단다. 그래서 4박 5일 연박으로 체크인을 했다.

캠핑장 리셉션 앞 벤치에서 본 에귀 뒤 드루(오른쪽)와 에귀 베르트(왼쪽) 침봉.

레 프하(Les Praz)역

텐트 피칭을 하고 다 같이 샤모니 시내로 가기로 했다. 캠핑장 이용객은 무료 기차 티켓을 나눠준다. 버스는 1일권을 50%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샤모니만을 오갈 것이기에 기차 티켓으로 충분했다. 캠핑장 인근의 레 프하(Les Praz)역에서 샤모니까지 한정거장을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레 프하(프라)역은 정말 아름다운 역이었다. 에귀뒤미디와 몽블랑이 눈앞에 보이는 역이다. 선로는 단선이라 하나의 선로에 양방향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열차 시간을 잘 보고 기다려야 불필요한 시간 대기를 안한다. 하지만 레 프하역에서는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웠다. 몽블랑 산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기차역이라……

레 프하역(Les Praz de Chamonix). 뒤로 에귀디미디가 보이는 멋진 곳이다.

기차가 샤모니역쪽에서 들어오고 레 프하역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다시 열차는 Les Tines쪽으로 떠나는데, 기차안에서 누군가 우리에게 손을 마구 흔들어대는 게 보였다. 뭘까 하고 바라보니 다름 아닌 첫날 제네바행 비행기에서 뒷좌석에 앉았던 아주머니 일행이었다. 그 중 한 분이 몽블랑 좋아서 11번째 방문이라며 친구들을 데리고 여행 온 상황이었다. 그게 벌써 5일전이었고 그녀들은 우리보다 먼저 샤모니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스쳐 지나 듯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도 그녀들을 알아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기차 바깥쪽에 표기되어 있는 기차역들.

St-Gervais에서 Chamonix를 거쳐 스위스의 Martigny까지 오가는 열차다.

Mont-Blanc Express 기차역 지도

샤모니 시내

샤모니 몽블랑(Chamonix-Mont-Blanc)역에서 내려서 본 “역전앞”. 전방에는 브레방(Le Brevent) 전망대가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브레방 전망대도 5년전에 다녀온 곳인데 TMB 정규 루트에 있는 곳이다. 당시엔 의도적인 TMB 트레킹이 아니었기에 지금 바라보는 브레방 전망대의 느낌은 또 다르다.

발마 광장

발마 광장으로 왔다. 광장에 오면 동상이 하나 서 있는데 바로 소쉬르와 발마의 동상이다. 몽블랑을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발마고 옆에 있는 사람이 소쉬르다. 몽블랑을 세계 최초로 등반한 사람이 바로 자크 발마와 미쉘 파카르이며 소쉬르는 인류 역사상 몽블랑을 실제로 오르려고 노력했던 스위스의 학자였다. 그는 몽블랑을 최초로 오른 사람을 위해 상금을 걸었으며 25년이 지난 뒤에야 자크 발마와 미쉘 파카르에 의해 몽블랑 등정이 이루어진다.(상세 이야기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117

자크 발마와 소쉬르의 동상 뒤에 미쉘 파카르의 동상은 따로 서 있는데 이는 나중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상금에 욕심이 났던 자크 발마가 혼자서 몽블랑 등정을 성공했다고 주장하여 처음에는 자크 발마만 몽블랑에 오른 것으로 인정되었다가 나중에 미쉘 파카르도 오른 것이 입증되어 나중에 따로 동상이 세워졌다.(상세 내용은 위 링크 참조)

외로이 몽블랑을 바라보고 있는 미쉘 파카르

샤모니를 관통하는 아르브(Arve)강(몽블랑에서 발원한 아르브강은 샤모니를 거쳐 제네바의 론강과 합류한다) 위를 덮은 발마광장위에 동상들이 서 있다. 샤모니몽블랑역전 거리가 미쉘 크로즈가(Av. Michel Croz – 아래 지도에서 연두색 표시한 거리)인데 마테호른(Matterhorn)의 최초 등반에 참여했던 프랑스 산악인 미쉘 크로즈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마테호른의 최초 등반가 에드워드 휨퍼(Edward Hymper) 팀의 일원으로 참가를 했었고 마테호른에 오른 후 하산할 때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마테호른 초등 이야기 아래 링크 참조)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66

샤모니 다운타운

쿨캣츠

미쉘 크로즈 거리를 건너 아르브강의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쿨캣츠(Cool Cats)라는 핫도그 가게가 나온다. 핫도그(Hot Dog)의 반대말은 쿨캣츠인가? 아무튼 작은 골목에 매장은 작아서 가게 앞 노천 테이블에서 먹는 그런 곳인데, 남쪽을 향해 앉으면 몽블랑이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멋진 곳이다. 핫도그와 나초 등을 맥주와 음료와 함께 먹으면 기가 막히다. (자세한 후기는 아래 링크 참조)

쿨캣츠 : 나초, 멕시칸 핫도그(x2), 멕시칸 프라이, 맥주, 스프라이트(x2)를 시켰는데 85.4유로가 나왔다.
미쉘 크로즈 거리
뤼 뒤 닥퇴르 파카르(Rue du Dr Paccard) 거리 – 샤모니 중심부의 보행자거리로 미쉘 크로즈 거리에서 발마광장에 인접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고 남서쪽으로 뻗은 거리 저멀리 몽블랑 산군을 보며 걸을 수 있다. 위 지도에서 청록색으로 표기한 거리.
벽화 앞에 서 있는 사람들. 그림 같네.
아르브강과 몽블랑

미쉘 크로즈 거리를 지나 다시 샤모니몽블랑역으로.

(계속 : 알피니즘의 탄생지 샤모니와 볼거리)
https://kimsunho.com/2024-tmb-09-chamonix-attractions/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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