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토(4월 17일-18일) 친구와 굴업도 백패킹을 다녀왔다. 굴업도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날짜에 따라 배로 2시간 45분~3시간 50분 소요된다. 배편은 하루 1번이며 짝수날에 가면 연안부두 인천항-굴업도가 2시간 45분, 홀수날에 가면 3시간 50분이 소요된다. 홀짝일에 따라 배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 교통 정보를 검색해서 간 것인데, 하필 홀수날에 가야 배타는 시간이 짧다고 잘못된 정보를 기재한 어떤 블로거의 글을 보구서 굳이 휴가를 내어 금요일 홀수를 맞추어 지난주에 다녀온 것이다.
그런데 반대였다. 홀수날에는 1시간 5분이 더 소요가 된다. 홀수날에는 덕적도를 지나고나서 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굴업도 순으로 가는데, 짝수날에는 문갑도에서 곧바로 굴업도를 가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환승배편과 환승하지 않고 가는 배편이 다른 것 같았다. 어쨌든 환승하지 않고 가는 “해누리호”는 짝수날이 짧고 홀수날이 긴 시간이다.
아무튼 배시간이 3시간이 넘어가니 좀 힘들었는데, 그래서인지 금요일 평일이어서인지 유명세에 비해 백패커들이 적어서 쾌적하고 상대적으로 매우 좋았다. 다음날 짝수일인 토요일에 굴업도 선착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수백명?의 백패커들의 규모에 놀라면서, “아 교통편 잘못 알고 와서 오히려 좋았다” 싶었다. 또 긴시간 배편에서만 볼 수 있는 백아도와 굴업도 사이에 있는 “선단여(마치 돌로미티의 트레치메 같은 것이 바다위에 우뚝 솟아있음.)”를 코 앞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굴업도 해수욕장에서는 남쪽 바다 멀리 자그맣게 보인다.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46

너무 극효율을 병적으로 추구하다보면 오히려 놓치는 의외의 것들이 있음을 느끼는 계기였다. 요즘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일본 다테야마 알펜루트 가족 여행 계획을 짜며 렌트카가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가운데, 어떤 분이 대중교통의 장점 한마디(“매끼니마다 맥주나 와인같은 반주가 가능하다는 것”) 피력해주신 것을 보고 문득 굴업도의 저 배편 생각이 났다. 뭐가 됐든 즐거운 경험이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 굴업도 배편 정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탑승하는 굴업도 배편은 매일 1회 운항하며 운항배는 고려고속훼리에서 운영하는 “해누리호”다. 온라인예매는 한국해운조합에서 할 수 있다. 아래 링크 참조. 온라인 예매를 하면 2일전 카톡으로 안내문자가 오고 1일전 모바일 탑승권을 보내준다.
한국해운조합 여객선예매 : https://island.theksa.co.kr/
비용은 평일 출발인지, 토요일 출발인지, 일요일 출발인지에 따라 비용이 약간씩 다르다. 인천시민은 편도 1500원, 왕복 3000원으로 요일 상관 없이 이용가능하고 그 외 지역 사람들은 섬나들이 70% 할인을 연 3회 이용할 수 있는데 주말과 성수기는 할인이 안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앞서 얘기한대로 인천항에서 굴업도 배편은 홀수일 운항인지 짝수일 운항인지에 따라 경로와 소요시간이 다르다.
⭐ 짝수일 항로 : 인천항(오전 9시 출발) → 문갑도 → 굴업도(11시 45분 도착, 2시간 45분) → 백아도 → 울도 → 지도 → 문갑도 → 인천항
⭐ 홀수일 항로 : 인천항(오전 9시 출발) → 문갑도 → 지도 → 울도 → 백아도 → 굴업도(12시 50분 도착, 3시간 50분) → 문갑도 → 인천항
인천항에서 문갑도에 도착한 이 후 문갑도를 기점으로 짝수일에는 반시계방향, 홀수일에는 시계방향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굴업도는 아직까지도 때 묻지 않은 자연과 고요함이 살아 있는 곳이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독특한 생태환경과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섬의 중심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완만한 초원 개활지가 펼쳐지 개머리언덕이 있어 백패커들의 성지로 손꼽힌다.
굴업도는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한 섬이다. 1994년, 정부가 굴업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다. 주민수도 적고 손쉽게 밀어부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섬에 핵폐기장을 건설할 생각을 한 관료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짜증이 났다. 대학 시절 오랫동안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대자보와 시위가 있었다는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인천 시민들의 완강한 반대와 정밀지질조사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됨에 따라 핵폐기장 설치는 무산됐다. 이후 CJ가 굴업도의 땅 98%를 사들여 골프장과 리조트를 짓는다고 발표했다가,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일도 있다. 개발포기 상태이긴 하지만 기업이 섬을 소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언제 또다시 개발의 목소리를 내며 섬을 망칠 계획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넓은 초지 위로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장관이 펼쳐지며, 일몰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사람보다 사슴이 더 많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야생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슴이 있다기에 첫날 기대를 하고 둘러보았는데 어디에 숨었는지 한마리도 보이지 않다가 다음날 아침 산책을 할 때 낭개머리 위에 5마리의 사슴무리를 보았다. 철수를 하고 마을로 되돌아가는 길에 개머리 언덕 곳곳에서 사슴무리를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과도한 개체수 증가로 유해동물로 지정된 수준이었다.(기사링크 : https://v.daum.net/v/20250428172424413)
상업화된 관광지와 달리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진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화기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2016년 한 백패커의 부주의로 큰 화재가 난 뒤 취사는 금지되었다고 한다. 밤이 되니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더 큰 매력을 지닌 숨겨진 섬이다. 자연 속에서 온전히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특별한 여행지다.
🏝️주민과 백패커들간의 공생 관계
굴업도에서 주민과 백패커들은 같은 공간을 나누며 독특한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수 많은 백패커들이 굴업도라는 원석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민박, 식사 제공 등으로 소득이 생긴다. 주민들은 어업보다는 숙박과 요식업 수익이 주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식사 예약을 하면 굴업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포터 트럭으로 마중을 나오고 배낭과 몸을 짐칸에 실어 마을까지 약 1.4km를 트럭으로 이동할 수 있다(위 지도 파란색 경로). 입도한 날에는 힐링펜션에서, 출도한 날에는 장할머니 민박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반찬수와 종류, 심지어 김국까지 똑같이 제공되었다. 손맛이 약간씩 달랐다. 식사 한끼는 12000원.
결국 굴업도는 자연, 주민, 여행자가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는 섬이라 할 수 있다.
🏕️굴업도 백패킹
힐링펜션에서 점심을 먹고 굴업도 해수욕장쪽으로 갔다. 해변가에 유일한 공중화장실이 하나 있다. “굴업도 다잇소”라는 매점이 보인다. 해변을 따라 이동하면 갯바위위에 철책이 둘러 있고 개머리 언덕으로 향해 오르게 된다. 언덕에 오르면 진행 방향의 좌측으로는 가도, 각흘도와 그 뒤로 선갑도가 보이고 그 오른쪽에는 백아도가 보인다. 중간에 돌기둥 세개로 이루어진 선단여가 보인다.
개머리 언덕을 지나 섬의 끄트머리인 낭개머리까지 와서 설영을 했다. 금요일에 홀수날이어서인지 백패커들이 붐비지 않아 쾌적했다. 2016년 개념없는 백패커로 인한 화재 발생 이 후 취사가 금지되었기 때문에 비화식으로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취사도구를 챙길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간편해지는 것 같아서 나아보이기도 했다. 과일, 피스타치오, 포, 문어숙회, 두부구이 등을 펼쳐 놓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캠핑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한 두 마디 건네는 말과 우리 세대의 고충에 대한 대화는 잔잔한 평온함으로 스며들었다.











이튿날 아침








짝수일 주말, 배시간은 정확했다. 11시 45분에 도착한 해누리호에서 수백명의 백패커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주말의 개머리 언덕은 어제와 또 다른 모습을 풍길 듯 하다.
다음을 기약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