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목요일 저녁, 주말에 설악산이나 다녀 올까?라는 무심코 던진 한마디로 아내와 설악산 산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오색-대청봉-백담사 코스로 하기로 하고 5월 29일 금요일 각자 퇴근 후 짐을 챙겨서 오색 주차장으로 향했다. 밤 9시 40분에 출발해 주전골 입구 오색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 2분.
👉즉흥적 계획으로 늦은 밤, 새벽 출발일 때 보급은?
집에서 나오기 전 오디잼을 바른 식빵, 삶은 달걀, 방울토마토를 챙겼다.
늦은 출발로 미처 챙기지 못한 보급품 확보(물과 컵라면)를 위해 인제의 “CU인제신터미널점”을 경유했다. CU인제신터미널점은 44번 국도변가에 있어 설악산 가는 길 중에 진출입이 용이하고 24시간 운영을 해서(보통 시골의 편의점은 24시간 운영이 아니다) 백담사, 남교리, 장수대, 한계령, 오색을 44번 국도를 경유해 가는 경우 보급처로 매우 유용한 곳이다.
설악산 오색으로 가는 최적의 길은 교통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통상 백담사, 남교리, 장수대 목적지인 경우만 44번 국도길을 이용하고 그외 오색이나 소공원이 목적지인 경우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해 양양에서 들어간다. 이 날 네이버 네비게이션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는 대신 광주원주,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오색주차장 스텔스 차박
새벽 1시가 넘어 도착하니 잠이 쏟아졌다. 새벽 3시 오색코스 오픈런을 위해 1시간 30분만 자기로 했다. 아내 핸드폰 알람을 믿고 그대로 곯아 떨어졌는데, “여보, 4시 20분이야!” 라는 소리에 깼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평소와 달리 알람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잤던 것. 이왕 늦은 것, 천천히 산행준비를 하고 남설악탐방지원센터 들머리로 향했다.

새벽 4시 40분이 지나니 날이 밝았다. 기온은 17도로 반팔에 쉘자켓 하나 걸치니 딱 좋았다.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다시 자켓을 벗어야 했다. 대청봉에 도착해 싸온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 자켓을 입을 일은 없었다.
👉산행 경로 : 오색-대청봉-중청삼거리-소청삼거리-소청대피소-봉정암-사리탑-구곡담계곡-수렴동대피소-영시암-백담사 18.1km
오색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대청봉을 거쳐 백담사까지 총 18.1km를 걸었다.
통상 거론되는 이 코스의 평균 소요 시간은 10시간 10분이다. 구간별 평균 속도는 다음과 같다.
– 오색-대청봉(5km, 실제 거리는 4.85km) : 4시간
– 대청봉-소청삼거리(1.2km) : 40분
– 소청삼거리-봉정암(1.1km) : 1시간
– 봉정암-수렴동대피소(5.9km) : 3시간
– 수렴동대피소-백담사(4.7km) : 1시간 30분
우리는 이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대청봉 38분, 소청대피소 39분, 봉정암 16분, 사리탑 18분, 수렴동대피소 20분을 쉬고 중간 중간 휴식 시간과 아내와의 이동 속도차가 있어서 이게 누적이 되니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오전 5시 4분에 출발해, 백담사 셔틀버스 정류장에 오후 5시 3분에 도착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총 소요 시간 : 11시간 59분
– 총 휴식 시간 : 2시간 56분
– 순수 이동 시간 : 9시간 3분
– 순수 이동 평균 속도 : 2km/h
– 전체 이동 평균 속도 : 1.51km/h


👉오색-대청봉 코스 5km (실제 거리는 4.86km)
오색코스는 설악산에서 대청봉에 오를 수 있는 최단 코스다. 계곡과 산줄기 중턱을 타고 오르는 길이라 조망이 없는데다 경사도가 가팔라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경로이지만, 설악산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결국 대청봉 최단 코스인 이 코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오색에서 대청봉에 오르면 성취감을 빠르게 느낄 수 있고, 최단 거리, 최단 시간으로 대청봉을 접하는 만큼 산행 코스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오색 코스 난이도 상세, 아래 링크 참조)
악명 높은 오색-대청봉 코스는 5km로 표기가 되는데 실제 거리는 이에 못미치는 약 4.86km다. 쉼터는 총 10군데로 급경사인만큼 쉴 곳도 많다.
초반 급경사
구간을 좀 더 쪼개보면 1.3km 지점 오색1쉼터까지 급경사로 돌 너덜길이다. 된비알이 심해서 이구간에 쉼터가 집중되어 있다. 오색 들머리에서 1km까지는 6개의 쉼터(남설악1쉼터~6쉼터)가 촘촘히 있다.
완만한 구간
1.3km지점 오색1쉼터에 이르면 숨 좀 돌릴만하게 경사가 완만해진다. 1.7km 지점의 OK쉼터를 지나면 처음으로 내리막길도 등장한다. 경사도도 완만해지며 2.85km 지점의 계곡 철교까지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2차 급경사
철교를 건너자마자 다시 된비알 시작이다. 2.9-3.9km 구간의 경사도가 매우 급하다. 초반 급경사 구간과 다른 점이라면 이 구간엔 데크 계단이 많이 있어 상대적으로 일률적이고 균형 잡힌 발디딤을 할 수 있다. 철교에서 설악폭포상단쉼터(3.1km지점)까지 18분 정도 소요된다. 급경사를 빡세게 오르다 보니 이곳에서 대부분 쉬고 간다. 설악폭포상단쉼터에서 다시 18분 정도 오르다 보면 오색-대청봉 구간의 마지막 쉼터 오색제2쉼터(3.6km 지점)가 나온다.
다시 완만한 구간
오색제2쉼터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나면(3.9km 지점) 서북능선 조망이 터지며 경사도는 온화해진다. 여기서부터 대청봉까지는 다시 완만하게 오르며, 대청봉 0.3km 전에는 동절기 한파에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가라는 경고문이 있다. 수풀에 가려진 등로에서는 기온이 16~18도 수준이었는데 점봉산과 가리봉이 조망이 터지자 기온이 쑥 올라간다(21도).
8시 53분, 대청봉에 도착했다. 정상석 인증줄을 서면서 아내를 기다렸다. 시야는 엄청 좋았고 해가 강렬했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서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기온은 22도였는데 좀 더 일찍 왔다 내려간 사람들의 얘기로는 더 이른 시간에는 추워서 바람막이를 꼭 입어야 할 정도였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쉘자켓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진을 찍고 싸가지고 온 음식(빵, 방울토마토)을 먹을 무렵에는 입어야 했다.

대청봉의 360도 조망
남쪽 조망

동쪽 조망


북쪽 조망


서쪽 조망


아내는 대청봉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즐기고 싶다고 해서 싸온 음식, 오디잼식빵,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대청봉 풍광을 즐겼다. 역대급으로 시계(視界)가 좋았다. 북한의 금강산 비로봉이 선명했다.
👉대청봉 이후로는 큰 어려움 없는 내리막, 하지만 너무 길다.
대청봉에서 중청삼거리까지 0.6km, 중청삼거리에서 소청삼거리까지 0.6km로 각각 20분씩, 합이 40분 소요된다.


중청삼거리에서 중청봉의 동북면 중턱길을 따라 소청삼거리로 이어진다.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외국인과 눈이 마주쳐 인사를 나누었다(5.6km 지점). 영국의 버밍햄에서 왔다고 자기를 소개했다. 소공원에서 새벽 3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그를 마주친 게 10시니 7시간에 걸쳐 중청까지 온 셈이다. 한국 첫 방문이라는데 설악산에 온 것을 보니 나같은 부류인가 보다. 프랑스를 첫 방문하는데 샤모니를 가는 것처럼…

소청대피소
소청삼거리에서 백담사 방면(왼쪽)으로 0.4km 내려오면 소청대피소다. 0.4km라고 하지만 경사가 꽤 있어서인지 늘 체감상 상당히 많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오전 10시 29분, 소청대피소에 도착했다.
삶은 계란+소금으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물을 끓여 컵라면과 김치를 먹으니 딱 좋았다. 설악산 산행에서 대피소를 경유하는 일정이라면 대피소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소청대피소에서 0.5km 내려가면 봉정암에 이르기 직전 용아장성의 마지막 암봉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봉정암 적멸보궁, 사리탑
봉정암으로 가는 내리막길에서 적멸보궁 팻말을 따라 오른쪽 계단으로 오르면 봉정암의 대웅전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이 열반(적멸)에 든 뒤 진신사리(석가모니 부처님의 실제 유골 또는 유골에서 나온 사리)를 모신 법당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반 사찰의 대웅전과 달리 법당 안에 불상이 없다. 진신사리가 부처님을 상징하므로 참배객은 불상 대신 사리탑을 향해 예를 올린다. 적멸보궁안에 들어가보면 사리탑을 향한 통창이 있을 뿐이다.

봉정암에 도착을 하고 보니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많은 방문객들이 미역국 점심공양을 받고 있었다. 우리는 점심공양은 패스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믹스커피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씩 먹었다. 소청대피소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해발고도 1200m가 넘은 봉정암에는 방문객들로 문전성시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구법순례라고 해서 전국의 신도들이 불교 성지 순례의 일환으로 봉정암으로 몰려 온 것이었다. 봉정암에서 구곡담계곡으로 하산을 하면서 수 많은 불교 신도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것을 마주했다. 울산의 황룡사 이름표를 달고 온 사람들, 평택, 수원, 서울 등등 여러 지역에서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오후 시간에 설악산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는 건 이 봉정암길이 유일하다.
봉정암에 도착했다면 코앞에서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사리탑 조망처에는 반드시 들러야 한다. 사리탑은 신라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서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셔와 이곳에 세운 것으로 사리를 봉안했다고 한다. 보물 1832호로 지정되어 있다.





구곡담계곡
구곡담계곡은 내설악을 대표하는 계곡으로 끝청쪽에서 발원해 백담사까지 이어지는 길고 웅장한 계곡이다. 아홉 번 굽이치는 계곡과 아홉 개의 소(沼)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봉정암에서 0.5km 정도 내려오면 해탈고개 팻말이 보이는데 이 지점에서 구곡담계곡을 접할 수 있다. 이 곳에서 백담사까지 10.1km 정도 되니 엄청난 계곡길을 걷게 되는 셈이다.
계곡길이 시작되고 12번의 다리를 왔다 갔다 건넌 뒤 수렴동대피소에 이르게 된다.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와 담(潭), 화강암 절벽이 연이어 나타나, 설악산의 풍성한 계곡미를 보여준다.
여러 폭포들 가운데 쌍룡폭포는 구곡담계곡 폭포를 대표한다. 두 갈래의 물줄기가 하나의 깊은 담(潭)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두 마리 용이 승천하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구곡담계곡 특유의 고요함과 웅장한 스케일이 느껴지는 장면이 바로 아래 사진이 아닐까 한다.
왼쪽의 거대한 바위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주는데, 오른쪽에 앉아 있는 사람 둘과 비교되면서 바위의 크기가 더 실감난다. 물은 깊지 않아 보이지만 에메랄드빛이 비쳐서 맑고 차가운 느낌을 준다. 하얗게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계곡이라기보다 거대한 자연 정원 같은 분위기도 든다. 물살이 거세지 않아 웅장함 뿐만 아니라 평온함도 강하게 느껴진다.

수렴동대피소
수렴동대피소(출발 기점 12.5km지점)에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야외 테이블 옆에는 계곡수를 연결한 것인지, 물이 나오는데 음용은 안되고 세수나 손발을 씻을 수 있다. 오랜 걸음으로 달아 오른 발을 쿨다운 시키기에 딱 좋다. 20분을 쉬고 다시 출발했다.

수렴동대피소에서 백담사까지는 5.7km다. 국립공원에서 배포하는 지도, 현장 이정표에는 4.7km로 표기가 되어 있다.

백담사
백담사 셔틀 버스 정류장에 오후 5시 3분에 도착했다. 백담사에서 백담주차장까지 6.5km를 더 걷거나 백담사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버스 요금은 성인 2,500원, 고등학생까지는 1,200원이다. 버스 막차는 오후 6시다.
산채비빔밥을 먹고 택시를 불러 오색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43분. 백담주차장에서 오색주차장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되며 택시비는 62,000원 수준이다.
또 하나의 설악산 추억을 심어 놓고 떠난다.
다음을 기약하며……
👉트레인의 설악산 산행 시리즈
https://kimsunho.com/2026-seoraksan-osaek/ : 겨울 설악산 대청봉 당일치기 – 오색코스 쉼터 위치 정보 /고도에 따른 기온(2026-01-31)
https://kimsunho.com/2025-seoraksan-osaek-dinoridge-hike/ : 2025 설악산 개시 : 오색-대청봉-공룡능선-소공원 | 상세 후기 및 코스 리뷰 (2025-05-18)
https://kimsunho.com/2025-seoraksan-daejongjoo/ : 설악대종주 솔로 트레킹 : 남교리-서북능선-희운각대피소(1박)-공룡능선-소공원
https://kimsunho.com/2025-seoraksan-osaek-jangsoodae-hike/ :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 후기 : 오색-대청봉-중청삼거리-끝청봉-한계령삼거리-귀때기청봉-1408봉-대승령-장수대 (2025-06-01)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120 : 설악산 19km 산행 하이라이트 : 한계령-대청봉-희운각대피소-천불동계곡-소공원 (2024-08-31)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114 : 설악산 공룡능선 가족산행기 (2024-05-18 토 ~ 05-19 일) : 소공원-천불동계곡-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소공원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85 : 가을 설악산은 참을 수가 없군요 : 소공원~천불동계곡~신선대(2023-10-17)
https://kimsunho.com/2024-seoraksan-dinoridge-hike/ : 설악산 가족 산행 후기 : 오색 – 대청봉 – 서북능선 – 한계령 (2023-06-06)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58 : 새해 첫 날, 설악산 울산바위 산행 (2023-01-01)
https://kimsunho.com/2022-seoraksan-dinoridge-hike/ : 다시 설악산, 공룡능선으로 Deep Dive! ~ 공룡능선 풀어 헤치기(2022년 10월 17일)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48 : 폭풍속의 설악산 산행기 (2022년 10월 10일)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34 : 설악동 야영장 차박 후 설악산 공룡능선 후기(마등령->희운각방향) (2021-09-23~24)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19 : 10월 설악산 오색-대청봉-한계령 산행(2020년 10월 6일)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41 :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기 : 한계령-대청봉-소청대피소(1박)-공룡능선-백담사(2015-10-18~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