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블랑 백패킹

가족과 함께 한 알프스 여행기

2019년 알프스 트레킹을 주로 하는 가족 여행 때, 누군가는 알프스 3대 미봉이라 명명해 부르는 스위스의 마테호른, 융프라우,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에 걸쳐 있는 몽블랑을 직접 보고난 뒤 알피니즘의 역사가 시작된 이 알프스에 대한 탐닉의 욕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이 후로 매년 가족들을 이끌고 알프스를 다녀왔다. 가족과 함께 했던 숱한 알프스 가족여행기 중 일부를 소개한다.

고르너그라트에서 리펠제까지의 하이킹

수 많은 스위스 알프스 여행 일정 중에 굳이 하나를 꼽자면 마테호른(마터호른)을 보며 걷는 트레킹이 아닐까 한다. 마테호른은 알프스 3대 미봉 중 하나라는 것 외에도 알프스의 3대 북벽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알프스의 명성에 걸맞는 봉우리라 할만하다. 스위스 베른에서 시작된 토블론 초콜렛의 포장지에는 마테호른 이미지가 있어 체르마트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 토블론 초콜렛을 들고 마테호른을 배경으로 토블론 초콜렛을 봉우리 끄트머리에 일치시켜 사진을 찍는 이른 바 토블론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가족도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이 인증샷을 찍었고 그 기억은 진하게 남아 있다.

마테호른 토블론 초콜렛
토블론 인증샷, 2019년 9월 촬영

마테호른은 피라미드와 같이 깎아지른 듯한 4면으로 된 봉우리로 4면중에서 남벽과 북벽이 만나는 능선이 동서로 길게 나 있고 체르마트에서 마테호른을 본다면 북벽과 동벽쪽을 보게 된다. 체르마트의 북쪽 고르너그라트에 올라서 보면 마테호른의 동쪽면을 보게 된다. 어느쪽면에서 보더라도 아름다운 자태의 삼각뿔을 볼 수 있다. 리펠제까지 내려와 호수에 반영된 마테호른의 자태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리펠제에 반영된 마테호른
리펠제에 반영된 마테호른, 2019년 9월 촬영

마테호른을 최초로 등정한 사람은 영국의 판화 작가 출신 에드워드 휨퍼로 1865년 7월 14일에 스위스쪽 능선을 타고 최초로 올랐다. 경쟁하던 이탈리아팀을 제치고 마테호른의 동북능선을 통해 정상에 먼저 올랐다. 이 Hornli ridge(위 사진에서 오른쪽 능선)는 오늘날의 마테호른 등정의 일반적인 루트가 되었다. 그러나 하산 도중 비극이 발생한다. 한명이 발을 헛디뎌 추락하면서 로프로 연결된 팀원들이 줄줄이 딸려 떨어지게 된다. 4명이 절벽에 매달리게 되고 결국 로프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추락사를 하게 된다.

(마테호른 뷰 트레킹 – 고르너그라트)

아이거 북벽 아래에서 캠핑

스위스의 튠호수가를 따라 인터라켄을 지나 빌더스빌, 더 내려가면 라우터브루넨으로 가는데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그린델발트로 향하게 된다. 그린델발트에 도착하자 전에 보지 못했던 웅장한 스케일의 산아래 마을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가 머무른 홀드리오 캠핑장은 중심가에서 꽤 꼬불꼬불 올라가 상당히 고지대였는데 해발고도가 약 1100m 정도 되었다. 캠핑장에서 본 그린델발트는 그야말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바로 남쪽으로 아이거(3970m) 북벽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고(아이거가 캠핑장보다 남쪽이니 우리가 보는 아이거는 북면이 된다) 왼쪽으로(남동쪽) 차례로 큰 산 2개가 이어져 있는데 각각 메텐베르그(3104m), 베테호른(3692m)이다.
아이거 북벽을 보면서 저녁을 먹었는데 너무도 진한 감흥이 밀려왔다. 수년전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 노스페이스(Nordwand)의 토니 쿠르츠와 안디 힌터슈터이서의 비극적인 등반 장소가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 초원위에 텐트를 피칭하고 석양을 등지고 아이거 북벽 아래에 앉아 그린델발트를 바라보며 치즈에 맥주 한잔을 들이키는 그 순간이 당시에 최고 하이라이트였다. 아이들은 평생에(?) 최고의 캠핑장이라면서 초원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홀드리오 캠핑장
홀드리오 캠핑장에서 뒹구는 아이들, 2019년 9월 촬영

융프라우요흐행 산악 열차를 타면 기차는 점점 고지대로 이동하면서 바로 이 아이거 북벽을 휘감듯이 오른다. 아이거의 서쪽에 이르면 클라이네 샤이덱역에 이르고 이곳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융프라우요흐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융프라우는 아이거의 남쪽에 있어서 아이거 북벽이 보이는 그린델발트에서는 융프라우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 곳에서부터는 융프라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본 융프라우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본 융프라우, 2019년 9월 촬영

알피니즘의 출발점 샤모니

2019년에 처음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샤모니를 다녀 왔을 때만 해도 그저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이 바로 앞에 있는 도시라는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지나고 곱씹어 볼 수록 샤모니는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언젠가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지 중 하나였는데 5년만인 2024년 여름에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 TMB) 가족 트레킹의 명목으로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며칠간 있으면서도 구석구석 훑고 돌아다니진 못했지만 샤모니에 대해서 알고 거닐면 그래도 발걸음 하나 하나가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로마시대에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로마를 치기 위해 알프스를 넘었다든지,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을 위해 알프스를 넘어갔다는 것처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산을 오르기 위해 산에 오른 최초의 시도가 있었던 시기를 근대 등산이 시작되었다고 얘기한다. 바로 1786년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4810m)이 초등(初登)되는 시점으로 본다.

수 많은 산과 접하며 살아온 인류가 과연 1786년에서야 산에 오르기 위해 산을 올랐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겠지만 역사는 기록에 근거하는 법이다. 몽블랑을 오르려고 마음을 먹고 기록했던 스위스 과학자 오라스 베네딕트 소쉬르(Horace Bénédict de Saussure)가 그 역사를 썼고 결국 근대 등산의 시초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소쉬르는 샤모니 여행을 통해 학문적 연구 뿐만 아니라 몽블랑에 빠져 몽블랑을 오르려는 노력을 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에 몽블랑 최초 등정자에게 상금을 걸었는데 무려 26년 뒤인 1786년에서야 의사였던 미쉘 파카르, 수정 채취꾼이었던 자크 발마가 정상 등반에 성공한다.

소쉬르, 자크 발마 동상
샤모니 발마 광장에 있는 소쉬르와 자크 발마의 동상, 2024년 7월 촬영

자크 발마는 상금과 명예를 독식하려고 파카르는 설맹과 동상으로 정상에 서지 못하고 혼자서 정상에 갔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몽블랑 첫 등정의 주인공은 자크 발마 혼자로 기록되고 샤모니의 발마 광장에는 파카르가 빠진 소쉬르와 자크 발마만 함께 있는 동상이 서 있다.

그러나 진실은 밝혀지는 법. 초등 당시 두 사람의 등반 모습을 망원경으로 지켜보았던 목격자가 있었다. 독일인 겐스도르프는 그들의 등반 과정을 스케치하여 등정 시간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후에 이 자료는 파카르와 발마라는 논문을 통해 진상이 밝혀졌고 영국의 탐험가 프레슈필드는 소쉬르의 증손을 찾아내 소쉬르의 일기를 입수해 파카르의 등정 사실을 확인했다. 100여 년의 세월속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데 성공했고 뒤늦게 파카르의 동상이 따로 세워졌다. 소쉬르와 발마의 동상 뒤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몽블랑을 바라 보고 있는 파카르의 동상이 있다.

미쉘 파카르 동상
소쉬르와 자크 발마의 동상과 떨어져 홀로 앉아 있는 파카르의 동상. 2024년 7월 촬영
에귀디미디 풍경
에귀 뒤 미디 북동쪽 전경, 2019년 9월 촬영

몽블랑 초등은 유럽인들이 고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신화에나 나올법한 험준한 산도 도전 가능한 대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18세기 말~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친 영국은 당시 유럽에서 매우 부유한 나라였다. 부를 축적한 영국은 귀족만이 여행을 할 수 있던 시대에서 중산층과 상류층이 여가 활동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를 이끌었다. 여행과 탐험은 영국의 교양있는 사람들의 문화로 자리잡았고 고산 등반도 그 중 하나였다.

19세기 중반까지 초등되지 않은 알프스의 봉우리 사냥(봉우리를 담는다는 의미로 peak bagging이라고 불릴 정도였다)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865년 마테호른을 등정하면서 초등의 시대로 점철된 알프스 등반의 황금기가 끝난다.

이 후로는 알프스의 주요 봉우리는 이미 초등되어 새로운 루트 탐색 시대로 전환이 되는 은의 시대가 펼쳐졌다. 더 어렵고 위험한 루트로 도전했으며 기술적 등반 능력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머메리가 이 시대의 대표적 인물이다. 1871년 15살의 어린 나이에 마테호른에 올랐던 그는 전통적인 팀을 이루어 진행하는 가이드 등반에 반기를 들었다. 팀이 아닌 단독 등정으로,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서 오르는 등반 철학을 제창했다. 봉우리 사냥에 급급한 등정주의에 반대하고 등정에 이르는 과정을 중시한 등로주의, 즉 어떤 루트를 택했는가에 중점을 둔 그의 이름을 딴 머메리즘은 등반의 은의 시대 말미와 장비를 사용하는 철의 시대에까지 급속히 확산되었고 현재까지 많은 산악인들의 등반 철학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샤모니와 볼거리들)

돌로미티 카디니 디 미주리나, 트레 치메

돌로미티의 카디니 디 미주리나 가족 하이킹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수 많은 여정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었다. 카디니 디 미주리나는 코르티나 담페초의 북동쪽,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하는 트레 치메의 남쪽에 위치해 뾰족 뾰족하게 솟아 있는 침봉들이다.

알프스 지역의 날씨는 오전에 맑다가도 오후에 구름이 끼고 비가 오기 일쑤다. 우리는 돌로미티 지역에서 캠핑을 하면서 일기예보 앱에 구름 아이콘조차 보이지 않는 완벽한 날씨를 고르고 골라 하이킹 날짜를 택했다. 하이킹 시작점인 아우론조 대피소까지는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체력이 된다면 아우론조 대피소 기점으로 트레 치메를 중심으로 한바퀴 걷는 이른바 트레 치메 하이킹을 연계해도 좋다.

카디니 디 미주리나
카디니 디 미주리나, 2022년 9월 촬영
카디니 디 미주리나
카디니 디 미주리나, 2022년 9월 촬영
트레치메 동굴
트레 치메, 2022년 9월 촬영

처음에 길을 잘 못 들어 아찔한 절벽길로 가족들을 안내하면서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이른 아침, 그리고 늦은 오후의 햇살에 반사되어 황금색을 뽐내던 돌로미티의 위압적인 아름다움은 가족 모두의 머리속에 크게 각인되어 있다.

(카디니 디 미주리나 가족하이킹 상세 후기)

트레 치메 가족하이킹 상세 후기)

(카디니 디 미주리나 가족하이킹 유튜브 영상)

(트레 치메 가족하이킹 유튜브 영상)

오스트리아 칠러탈 알프스의 올퍼러휘테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오게 된 계기는 바로 칠러탈 알프스(Zillertal Alps) 올퍼러산의 올퍼러휘테(Olpererhütte)산장에 매료되어서였다. 칠러탈 알프스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지대에 있는 중앙 동부의 알프스 지역을 일컫는다.

오스트리아는 수도 빈을 제외하고 8개 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 티롤주는 오스트리아 서부의 알프스 산간 지대로 남쪽은 이탈리아와 접경을 이루는데 특이하게도 2개로 분할이 되어 있다. 즉 북티롤과 동티롤로 나누어져 있다. 북티롤의 북쪽은 독일과 맞닿아 있다. 이렇게 된 것에는 1차 세계대전 후에 티롤의 남쪽인 남티롤이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이탈리아로 넘어가게 되었고 오스트리아에 남아 있는 티롤이 북티롤과 동티롤로 쪼개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남티롤은 이탈리아 행정구역 명칭으로는 트렌티노알토아디제이지만, 아직도 오스트리아계 즉 남부 독일계 주민들이 많아 이 지역을 남부 티롤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로 쥐트티롤이라고도 부른다. 코르티나담페초를 제외한 대부분의 돌로미티 지역이 이 남티롤, 즉 트렌티노알토아디제에 속해 있다. 여하튼 명칭만 보더라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간의 민감한 관계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티롤주, 북티롤과 남티롤 지역에 칠러탈 알프스가 속해 있고 칠러탈 알프스에 올퍼러산과 산장이 있다. 올퍼러휘테는 내가 황홀해마지 않는 알프스 지역의 하이킹, 트레킹 코스들 중 오스트리아 지역 알프스에서 꽤나 알려진 곳이었다. 슐레가이스 댐 저수지(아래 사진 참조)를 배경으로 출렁다리(Kebema 다리)위에서 사진을 찍는 핫스팟으로도 유명해서 호시탐탐 찾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던 곳이었다.

올퍼러휘테
케베마 다리, 2023년 9월 촬영

사진만 보면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 계곡물을 건너기 위해 설치된 2~3m 높이의 작은 출렁다리일 뿐이다. 사진을 찍는 각도에 따라 아찔하고도 압도적 느낌의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곳이다.

올퍼러휘테
올퍼러휘테 산장, 해발 2389m, 2023년 9월 촬영

산장은 약 두 달 반 전에 예약을 했는데 개별 요금에 저녁과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하프보드 옵션까지 더하면 4인 가족으로 기준으로 호텔비용과 맞먹는다. 음식맛은 없었지만 아름다운 알프스 전경을 두고 식사를 하는 것 자체로 다른 모든 것이 커버된다.

(올퍼러휘테 가족하이킹 상세 후기)

(올퍼러휘테 가족하이킹 유튜브 영상)

뚜르 드 몽블랑 가족 하이킹

몇 년간 알프스 여행을 다녀온 후 큰 아이의 대학입시까지는 해외 여행을 보류하고 숨고르기를 하기로 했는데, 사춘기의 절정에 있었던 큰 아이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갈등을 겪고 나니 “왜 그래야 하지?”라는 질문이 머리속에 들어왔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의 아내, 아이들의 모습은 특색없이 지나갈 것이다. 1년, 아니 6개월만 지나도 오늘은 옅은 지난날이 된다. 우리는 다시 샤모니로 향할 계획을 세웠다. 2024년, 이번엔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 TMB)이다.

뚜르 드 몽블랑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산괴(Massif)의 산중턱 트레일을 주변 3개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거쳐 일주하는 트레킹이다. 타원형 모양의 환종주 트레킹이며 거리는 약 170km에 이른다. TMB가 현대적인 트레일로 자리잡게 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여러 세대에 걸쳐 지역 주민, 목동, 상인, 탐험가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트레킹 문화가 확산되고 길이 명확히 정비되고 주변에 다양한 산장이 건설되면서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로 발전했다.

푸르고개 아래 와일드캠핑
TMB 트레킹 둘째 날 푸르 고개를 넘어 해발 2270m 고지에서의 와일드 캠핑, 2024년 7월 촬영

날씨, 가족들의 체력 등 돌발 변수로 계획했던 대로 170km를 완주하진 못했고 계획한 일정에 우리 가족이 중간 중간 이은 트레킹 거리는 68km정도였다. 설악산 공룡능선 가족 탐방 등을 통해 체력을 가늠하고 나름 준비했지만 오랜 시간과 긴 거리를 함께 걸으며 생각지도 못한 생고생을 겪거나 체력을 소진하며 덩달아 약해지는 가족들의 멘탈을 부여잡고 계획한 일정에 완주를 하기엔 무리였던 것이다.

아내는 해발 2665m 푸르 고개를 넘으며 생각지도 않았던 미끄러운 빙하길을 걷고 나서, 아무도 없는 고산에 우리만 남아 와일드 캠핑(통상 해발 2000미터 이상, 저녁 8시 이후 피칭, 해뜨기 전 철수, 트레일에서 벗어난 위치에서 허용)을 했어야 한 순간, 게다가 종일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환경으로 돌변했을 때는 정말 멘탈이 나갔다고 했다.

뚜르 드 몽블랑 몽드라삭스
TMB 트레킹 넷째 날 몽드라삭스 능선, 2024년 7월 촬영

나는 돌발 변수에 대비한 장비들, 시간, 거리, 지도 등의 정보를 준비하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쳐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나만 믿고 따르던 아내와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돌아와서는 모두들 지난 모든 여행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TMB 트레킹이 가장 기억에 남고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락블랑 백패킹
TMB 트레킹 일곱째 날 락블랑 인근 해발 2400m 고지에서 와일드 캠핑, 2024년 7월 촬영
락블랑 트레킹
TMB 트레킹 여덟째 날 락블랑, 2024년 7월 촬영

(뚜르 드 몽블랑 가족트레킹 후기, 팁 모음)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154

여행을 포함한 사소한 낙들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은 강력하다. 알프스 여행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내 자신과 가족의 상념들을 발견하고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2025년 7월
트레인

트레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트레인 알피니즘 : https://cafe.naver.com/trainalp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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